익명성·다수와의 교류 등 참여율 높여
교수·평론가 등 전문가 이끌어…모임 질 향상
“단순 사교모임 vs 깊은 토론” 회원 간 이견

일상문화를 만들어가는 취향의 공동체 취향관. 사진=취향관

최근 2030세대를 중심으로 값비싼 오프라인 커뮤니티 ‘살롱문화’가 성행이다. 퇴근길 아지트에서 특별한 취미를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살롱은 프랑스어로 ‘방’이란 뜻이다. 18~19세기 프랑스인들의 사교 장소를 의미하는데 당시 자유롭게 술집·카페 등을 드나들며 의견을 공유했던 것이 살롱문화의 모태가 됐다.

오프라인 살롱문화가 성행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익명성이 보장된다는 점과 더불어 평소 접하지 못했던 사람들을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의 익명성은 평소 지인들과 쉽게 나눌 수 없었던 주제로 자유롭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조건이 된다.

아울러 불특정다수와의 교류를 통해 다양한 생각을 나누고 새로운 분야를 공부하기도 한다. 같은 장소에서 긴 시간 일하는 직장인들은 다양한 분야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많지 않다. 오프라인 커뮤니티는 이들의 니즈를 파악해 살롱을 제공하고 사교의 장을 마련하기 위한 콘텐츠를 기획한다.

기존 동호회와 달리 유료 멤버십 제도를 통해 참여율을 높이고 모임의 퀄리티가 보장된다는 점에서도 젊은 층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대표적인 커뮤니티로는 트레바리·문토·취향관 등이 있다. 해당 커뮤니티는 독서·음악 등의 다양한 주제로 모임을 진행한다. 멤버십 비용은 한 시즌당 최소 19만원에서 최대 45만원까지 책정돼있다.

일각에서는 단순 취미 활동을 즐기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라는 입장도 있지만 지불한 금액보다 더 큰 만족감이 작용해 젊은 층의 참여율은 점점 높아지는 추세다.

합정에 위치한 취향관은 2층 양옥을 개조해 운영하고 있다. 퇴근길 들러 자유롭게 술과 커피 등을 마시며 공통된 취미를 나눈다. 이곳은 직업이나 이름을 밝히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 특징이다. 매 시즌 주제를 정해 토론하는 방식으로 모임을 진행한다.

다양한 클럽을 선택할 수 있는 독서모임 트레바리. 사진=트레바리

책을 주제로 한 살롱 트레바리는 인문·사회·과학·예술 등의 전통적 독서모임과 젠더이슈·현대시·건축·마케팅 등 평소 주변 친구들과 나누기 어려운 대화를 이어가는 모임이 개별적으로 운영된다. 또한 언론인·평론가, 교수 등의 클럽장이 주축이 돼 보다 전문적인 지식을 나누며 모임을 이끌어 나가기도 한다.

독서모임 트레바리에 참여 중인 회원 A씨는 “초등학교 교사로 일하고 있는데 학교 외의 장소에서 다른 직종의 사람을 만날 기회가 잘 없다. 트레바리에서 다양한 직종의 종사자를 만나 새로운 생각을 나눌 수 있어서 좋다”며 “다음 시즌도 등록할 예정”이라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이처럼 살롱문화를 즐기려는 분위기가 확산하면서 최근에는 음악·미술, 여행, 요리 등에 이어 자동차, 블록체인 등 주제도 다양해졌다.

그러나 살롱이 우후죽순 생겨나는 탓에 체계적인 시스템이 부재해 불만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가벼운 친목 도모를 위해 살롱을 찾았다가 실망감을 얻기도 하고 심도 깊은 토론을 위해 살롱을 찾았지만 비용 대비 만족감이 크지 않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B씨는 “자유로운 합평을 위해 비싼 비용을 지불하고 가입했다. 그러나 단순 친목도모에 그쳐 1회 모임 후 환불을 요청했다”며 “돈을 낸 만큼 모임에서 무언갈 얻어가고 싶었다”고 아쉬워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회원 모집 전 설문조사를 통해서 니즈를 정확히 파악하려고 하지만 어려움이 따르는 건 사실이다”며 “커뮤니티가 늘어나는 만큼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높은 비용을 책정한 만큼 클럽 내 세분화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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