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투자자-국가 분쟁(ISD) 중재신청통지(중재통보) 접수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손해 발생 주장
박근혜, 780억달러 수뢰-국민연금 내부 절차 침해 ‘명백한 위반’

삼성 서초사옥. 사진=연합뉴스

미국 국적의 헤지펀드 메이슨(Mason Management LLC, Mason Capital L.P.)이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으로 손해를 봤다며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Investor-State Dispute)을 제기했다.

18일 법무부에 따르면 메이슨은 한미 FTA와 1976년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UNCITRAL) 중재 규칙에 근거해 투자자-국가 분쟁 중재신청통지(중재통보, Notice of Arbitration)를 13일 한국 정부에 접수했다.

메이슨 측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한국 정부의 부당한 조치로 인해 최소 2억달러의 손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중재신청통지에 따르면 이번 중재는 삼성그룹의 계열사이자 한국의 상장사인 삼성물산과 삼성전자에 대한 메이슨의 투자에 개입한 데서 비롯됐다.

중재신청통지는 “삼성그룹은 이번 중재와 관련된 모든 시기에 걸쳐 총수일가에 의해 지배돼 왔다. 총수일가로부터 최소 미화 780만달러를 수뢰한 한국 대통령 (박근혜)와 기타 정부 고위층 인사들은 삼성물산의 주주 가치가 심각하게 저평가된 상태에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성사시키고자 국민연금의 내부 절차를 침해했다”고 밝혔다.

또한 중재신청통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그 측근들에 대한 유죄 선고가 내려진 형사재판에서 그와 같은 계획은 삼성 총수일가의 수장인 (이건희)로부터 그 아들 (이재용)에게 최소 비용으로 삼성의 경영권을 이전하는 작업을 촉진함으로써 총수일가의 이익을 도모하는데 그 목적이 있었다”며 “이 합병은 제일모직의 주요주주인 (국민연금이) 삼성물산 주식을 낮은 가격에 취득할 수 있도록 삼성물산 주식을 저평가하는 반면 제일모직 주식은 고평가하는 방식으로 설계됐다. 이로써 (이재용)은 삼성의 최우량자산에 해당하는 삼성전자에 대한 주식(삼성물산이 보유한)에 대한 지배력을 확보했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주장은 관련 소송과 국민연금 내부감사 등을 통해 사실로 확인됐다.

재판장으로 향하는 이재용 부회장, 박근혜 전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 사진=연합뉴스

중재신청통지는 “(박근혜) 대통령과 한국 정부 고위층 인사들이 재벌과 그 재벌 일가에 대해 취한 조치들은 부정부패와 미국 투자자들에 대한 국수주의적 편견에서 비롯됐다”며 “한국은 부적절한 수단과 동기에 의해 FTA에 위반되는 행위를 했다. 한국의 행위는 자의적이고 차별적이었으며 최소 대우 기준과 내국인 대우 기준의 명백한 위반에 해당된다”고 강조했다.

결국 메이슨 측은 국제법의 기본 원칙에 따라 2억달러로 추산되는 피해금액 전부에 대한 복리이자와 변호사비용을 포함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메이슨 측은 지난해 6월 7일 이 분쟁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의사통보서를 보냈지만 한국은 어떠한 보상안도 제시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메이슨 측은 영국 국적의 엘리자베스 글로스터(여‧69)를 메이슨 측 중재인으로 선정했다.

엘리자베스 글로스터는 전직 영국 판사로 2018년 퇴임 후 현재 원 에섹스 코트(One Essex Court) 소속의 중재인으로 활동 중이다.

중재재판부는 메이슨 측 중재인, 한국 측 중재인, 의장중재인의 3인으로 구성된다.

한국 정부는 향후 한미 FTA와 유엔국제상거래법위원회 중재 규칙에 따라 한국 측 중재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법무부는 “한국 정부는 관계 부처(기획재정부, 외교부, 법무부, 산업통상자원부, 보건복지부 참여)가 합동 대응 체계를 구성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향후 진행되는 절차에도 최선을 다해 임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메이슨의 ISD 제기는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이어 삼성합병과 관련한 외국계 투자자의 두 번째 사례이다.

일각에서는 삼성합병과 관련한 법원의 유죄 판결이 외국계 투자자의 소송 제기로 이어진다는 부정적 여론 형성으로 향후 재판에 영향을 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유죄 판결은 외국계 투자자의 소송 제기’라는 공식으로 ‘무죄 판결’을 주장하는 쪽에 유리하게 이용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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