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116명 피해자, 10억원(1인 평균 8600만원) 피해 당하는 셈
8월 말, 지난해 전체 피해금액의 200억 초과
‘변작’ 기술, 대포통장 매매 못 막아…주민등록번호 수정 가능해져야

외국인이 운영하는 보이스피싱 콜센터에서 압수한 대포폰. 사진=연합뉴스

지난해 상반기 주춤했던 보이스피싱 범죄가 올해 들어 다시 급증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보이스피싱 피해 규모는 1802억원으로 지난해 전체 피해액 2431억원의 74.2%를 넘어섰다.

8월 말 기준으로는 2631억원의 피해액이 발생해 지난해 피핵액보다 200억원을 초과했다.

이는 매일 116명의 피해자가 10억원(1인 평균 8600만원)의 피해를 당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규모의 차이는 있지만 전 연령대에서 보이스피싱 피해가 발생했다.(20·30대 425억원, 40·50대 996억원, 60대 이상 350억원)

이에 대해 김재경 금융감독원 불법금융대응단 부국장은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상화폐와 관련한 가상계좌로 인한 피해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실명제 전환 후에는 감소했다”며 “올해는 사기 수법이 더 정교화·지능화됐다. 보이스피싱 시도 횟수가 증가한 것으로 미뤄 범죄 조직이 늘었거나 대형화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신규 또는 저금리 전환대출을 가장해 수수료 또는 대출금을 편취하는 대출빙자형 보이스피싱 피해금액 비중은 70.7%였고 정부기관 등 사칭형 피해금액 비중은 29.3%로 나타났다.(전년 동기간과 비슷한 수준)

올해 보이스피싱 피해 중 대출빙자형의 특징은 남성과 40‧50대의 피해가 크다는 점이다.

남성의 피해 비중(59.1%)이 여성(40.9%)보다 18.2%p 컸고 40‧50대의 피해금액은 가장 큰 비중(67.2%)을 차지했다.

반면 정부기관 등 사칭형의 특징은 여성의 피해가 컸고 특히 고령층 피해 증가했다는 점이다.

여성의 피해금액(363억원)은 남성(152억원)의 2.4배로 나타났고 60대 이상의 피해금액은 163억원으로 전년 동기간(35억원) 대비 4.7배 상승(연령대별 비중은 19.1%p 상승)했다.

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지급정지된 계좌인 대포통장이 다수 발생한 점도 특징으로 지목됐다.

상호금융, 새마을금고 등 제2금융권의 대포통장 수가 9,716건으로 전년 동기간(6,287건) 대비 54.5%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김 부국장은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면서 ’불법사금융피해자보호센터‘에 상담 건수가 늘어났다. 지난해 전체 상담 건수(약 3만9000건)에 비해 올 상반기에만 벌써 60%(약 2만4000건)를 넘어섰다”며 “대부분의 서민들이 대출을 이용하는데 보이스피싱 범죄자가 저금리로 갈아타게 해준다고 말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속는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 캄보디아 등에서 체포한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단체 조직원들. 사진=연합뉴스

김 부국장에 따르면 올해 5월 사기범은 은행 직원을 사칭해 피해자 B씨(50대, 남)에게 저금리로 대출을 해주겠다고 접근했다. 사기범은 B씨의 신용도가 낮기 때문에 기존 대출금을 일부 상환해야 신용도가 올라가 자산관리공사에서 취급하는 3%대 대출이 가능하다고 속였다. 이에 B씨는 사기범이 알려준 계좌로 기존 대출금 O천만원을 입금했고 이후 사기범은 이를 인출해 잠적했다.

검찰을 사칭한 범죄의 경우 올해 6월 사기범은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을 사칭해 피해자 A씨(40대, 여)에게 명의가 쇼핑몰사기에 도용돼 다수의 피해자들에게 고소된 상태라고 속인 뒤 검사를 연결시켜주겠다며 다른 사기범에게 연결시켜줬다.

다른 사기범은 이메일로 가짜 사건 공문과 가짜 신분증 사본을 보내 A씨를 안심시키고 사이버 안전국 사이트라면서 URL주소를 보내 다운로드 하도록 유도했다.

이어 사기범은 A씨가 금융감독원 1332로 전화해 피해금액을 확인하라 하고 A씨가 1332로 전화하자 악성 앱으로 금융감독원 직원을 사칭한 또 다른 사기범에게 연결시켜 A씨가 신뢰하게 만든 뒤 A씨가 사건과 관련이 있는지 계좌 조사가 필요하고 이를 위해 수천만원을 금융감독원 팀장 계좌에 입금시키면 조사 후 바로 환급된다고 속여 A씨가 입금한 돈을 편취했다.

보이스피싱 범죄자들이 사용하는 대표적인 수법은 자신들의 번호 대신 불특정다수의 010 휴대폰 번호가 피해자 휴대폰에 찍히도록 하는 ‘변작’과 최고 500만원을 주고 사는 대포통장(보이스피싱에 이용돼 지급정지된 계좌)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중 발생한 대포통장은 26,851건으로 전년 동기간(21,012건) 대비 27.8%(5,839건↑) 증가했다.

이에 금감원은 보이스피싱 전화 실시간 차단을 위해 민간 회사와 협업으로 AI App(상대방의 음성 또는 통화내용을 빅데이터 등 첨단기술로 실시간 분석해 보이스피싱을 탐지하고 알림)을 통해 사기범의 음성 탐지 후 즉시 통화를 차단하는 시스템 도입을 추진 중이다.

하지만 김 부국장은 “‘변작’ 기술과 대포통장 매매는 현재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며 “금감원과 금융권이 공동으로 실시하는 ‘보이스피싱 제로 캠페인’의 홍보를 늘리는 것이 최우선”이라고 말했다.

이 캠페인에서는 오는 10월 31일까지 금감원을 비롯해 각 금융협회·중앙회, 은행과 희망 금융회사 등이 참여해 영업점 대면과 인터넷 등 비대면을 통한 유의사항을 집중 안내하고 리플릿을 배포한다.

보이스피싱 범죄가 지능화·정교화·대규모화되는 것을 ‘캠페인’으로 막겠다는 금융당국의 대책이 씁쓸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편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의 윤철한 팀장은 “개인정보가 유출됐을 때 주민등록번호라도 변경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며 “현재는 너무 까다로워 사실상 변경이 불가능하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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