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수출, 사상 최고…1~8월 수출 역대 최고 ‘기록제조기’
일자리, 소득, 투자 등 국내 경기에 ‘낙수효과’ 없어
취업자 수 주는데 고용률은 상승…구조적 문제 해결해야

부산항 부두 야경. 사진=연합뉴스

올해 8월 수출이 사상 최고치를 갈아치운 가운데 체감 경기는 나아지지 않는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8월 수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8.7% 증가한 512억달러를 기록했다. 수입액은 443억달러로 무역수지가 69억달러 흑자를 나타냈다. 이로써 무역수지는 79개월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또한 올해 1~8월 누적 수출액은 6.6% 상승한 3998억달러로 역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전까지 1~8월 상위 기록은 2014년의 3775억달러, 2017년의 3750억달러였다.

8월 수출 증가 요인은 미국·중국 등 세계 제조업 경기 호조, 주요국 국내총생산(GDP) 증가, 국제유가와 주력 제품 단가 상승 등으로 조사됐다.

세계적인 금융 기업인 JP모건에 따르면 올해 글로벌 제조업 PMI는 3월(53.3), 4월(53.5), 5월(53.1), 6월(53.0), 7월(52.7) 등으로 50을 넘었다. 또 주요국 2분기 GDP 증가율은 전년 동기 대비 미국 2.8, 중국 6.7, EU 2.2, 일본 1.0을 기록했다.

이 같은 글로벌 경기 호조로 한국 수출은 13대 주력 품목 중 반도체・석유화학・일반기계・석유제품・컴퓨터 등 6개 품목이 두 자릿수 증가를 나타냈다.

특히 반도체(115억달러, +31.5%) 수출은 사상 최대, 4개월 연속 100억 달러 돌파를 달성했다.

이에 정부는 올해 말까지 사상 처음으로 누적 수출액 6000억달러 돌파를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수출 고공행진에 비해 일자리를 비롯한 소득분배, 설비투자 등 국내 경기는 최악이라는 비판이 들끓고 있다.

현대경제연구원 관계자는 “반도체나 석유화학 같은 장치산업, 국내 경제에 파급 효과가 크지 않은 산업만 호황을 맞고 있다”며 “반도체, 석유화학 등은 원자재와 설비 대부분을 해외에서 수입해 이른바 ‘낙수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노동 의존도가 높고 내수 진작 효과가 큰 자동차와 선박, 가전 등은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전체 수출액의 22.5%를 차지해 반도체로 쏠림현상이 심해진 것도 주요 원인으로 지목됐다.

따라서 향후 미·중 간 무역갈등이 장기화되고 신흥국 불안이 커질 수 있어 수출 품목 다변화 등 대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하지만 체감 경기가 안 좋은 이유는 실제 경기가 안 좋은 것이 아니라 수출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우리 경제의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은행 발표에 의하면 올 상반기 소비 증가율은 3.2%였다. 전체 경제 성장률인 2.8%에 비해 높은 수치였다.

4일 서울 성북구 고려대학교 화정체육관에서 열린 취업박람회. 사진=연합뉴스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은 한 라디오 인터뷰에서 소비 증가에 비해 체감 경기가 안 좋고 동네 편의점, 슈퍼마켓, 소매점 등 자영업자들이 어려운 이유는 온라인 매출이 급격하게 늘어나는 등 국민들의 소비 행태가 크게 달라진 때문이라고 말했다.

장 실장은 “작년 연초 대비 지금 온라인 매출은 월 매출 누적 증가율로 보면 23% 증가했다”며 “이것이 골목상권을 압박하는 가장 큰 이유”라고 분석했다.

또한 편의점의 경우 이용자가 늘어나 총액 기준으로 매출은 증가했지만 편의점 수가 같이 늘어 점포당 매출이 줄어 점주들이 느끼는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고 말했다.

고용 지표가 나빠졌다는 지적에 대해 정 실장은 “고용 상황은 전체 생산 가능한 인구 중에 실제 일하고 있는 사람이 몇 퍼센트냐와 취업자가 얼마나 늘었느냐를 본다”며 “취업자 수는 줄었지만 고용률은 분명히 과거보다 좋다”고 말했다.

이는 일할 수 있는 인구가 급격하게 줄고 있는 것이 원인이다. 가령 생산 가능 인구 100명이 모두 취업하면 취업률은 100%이다. 하지만 생산 가능 인구가 90명으로 줄면 고용률은 여전히 100%인데 취업자 수는 10명이 줄어든다.

장 실장은 “최근 1년 사이에 생산 가능 인구가 급격하게 줄었다. 지난 7월에 고용 지표가 안 좋았을 때는 생산 가능 인구가 7만4000명 줄었다”며 “우리가 추정했던 것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노동 공급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원인이 취업자 수가 감소해도 고용률이 올라가는 현상으로 나타났다는 설명이었다.

이어 장 실장은 “고용 효과가 적은 반도체는 수출이 늘어도 고용이 늘지 않는다. 고용 효과가 가장 높은 조선과 자동차가 안 좋기 때문에 고용이 나쁜 건 사실”이라면서도 “조선업의 경우 10만명 이상씩 줄기도 했지만 최근 3만명으로 안정화되고 있기 때문에 희망이 있다”고 분석했다.

한국은 OECD 국가 중 임금 불평등이 세 번째로 높다. 이런 현상이 지난 10여 년간 지속돼 소득 불평이 심한 나라로 분류됐다.

장 실장은 “투자를 늘려 수출로 경제 문제를 해결해왔지만 잠재성장률은 계속 떨어졌다”며 “국내 소비를 늘려야 하고 소비를 늘리려면 소득이 늘어나야 한다. 가계의 소득을 늘려 소비를 늘리고 소비가 투자를 유발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강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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