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전문가 비판에 ‘고소’ 논란‥4대강 사업 진짜 충실했다?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이달 말로 임기가 끝나는 김건호 한국수자원공사 사장의 재연임이 확정됐다. 국토해양부는 김 사장에 대해 청와대에 연임 제청을 요구했고 이명박 대통령의 제가를 거쳐 지난 9일 행정안전부로부터 연임 명령을 받았다. 특히 이러한 배경에는 4대강 사업 추진이 결정적인 배경이 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런데 한국수자원공사(이하 수공)가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대의견을 제기한 박창근 관동대 토목공학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수공과 국토해양부가 4대강 사업에 문제를 제기하는 민간전문가의 발목까지 잡는 게 아니냐는 비판과 함께 김 사장의 연임과 관련성이 있는 것이 아니냐 지적이다. 이와 관련 <파이낸셜투데이>는 수공으로부터 고소당한 박창근 교수의 논쟁과 김 사장의 연임 배경에 대해 추적해 봤다. 

지난달 20일 정남정 4대강사업본부장이 4대강 사업에 지속적으로 반대 주장을 펼친 박창근 관동대 교수를 명예훼손 혐의로 대전 대덕경찰서에 고소했다.

대덕경찰서는 이 사건에 대해 정본부장의 법률 대리인을 소환해 고소인 조사를 한 뒤 박 교수의 주소지를 관할하는 서울 수서경찰서로 사건을 넘겼다.
박 교수는 지난달 말 해외 출장 중에 고소 사실을 알았고 이달 초 사건이 수서경찰서로 넘겨졌다는 소식을 받았다.

특히 이번 고소는 정남정 사업본부장이 사업을 추진하는 책임자로서 개인 대 개인자격으로 고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지난 1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4대강 사업에 대해 사실에 입각하지 않은 내용을 발표하는 것에 법률적 대응을 검토 중’이라고 말한 것과 관련해 정 본부장이 대리 고소를 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이에 박 교수는 <파이낸셜투데이>와의 통화에서 “이번 고소 사건은 개인 대 개인의 문제가 아닌 정부 사업을 비판하는 전문가의 발목을 잡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박 교수는 4대강 조사위원회 등 5개 단체가 서울 광화문 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고소사건은 4대강 사업의 문제를 회피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공개 토론을 통해 사실 관계를 밝히자고 제안했다.

‘공개 토론’ 펼치자

수공이 박 교수를 고소한 직접적인 배경에는 지난달 7일 경남도청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창녕 함안보의 안전 상태가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박 교수는 이 자리에서 창녕 함안보의 부등침하로 높낮이 차가 발생하자 철판을 덧씌우고 은폐하려 했으며, 함안보의 와이어식 수문이 고장 나면서 차수벽을 설치해 보수공사를 진행했고 안전도가 최하등급인 E등급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박 교수는 “창녕 함안보 수문 바로 아래 설치된 바닥보호공이 길이 21m(아파트 8층~9층높이)가량 유실됐다”고 지적했다.

반면 수공 관계자는 “함안보의 수문은 와이어식이 아니라 회전방식의 라이징섹터 게이트식이며 단순 테스트를 하는 것을 보고 수문 고장이라고 말하는 것은 사실을 왜곡하는 것”이라며 “시설안전공단의 안전도 조사에서도 전혀 문제가 없었고, 단차를 철판으로 은폐하려 한 사실도 없다”고 해명했다.

이와 관련, 박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전체적인 4대강 부실공사에 대해 지적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박 교수는 이번 고소사건과 관련해 지난 9일 민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에서 대책회의를 통해 함께 대응할 뜻을 밝혔다.

이 사건과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은 지난 10일 성명을 통해 “이번 고소 행위는 4대강 사업의 치명적 부실을 은폐하려는 국토부와 수공의 꼼수로 해석된다”고 맹비난했다.

치명적 부실→은폐위한 꼼수

환경연합은 이어 “수공이 박 교수가 악의적으로 허위사실을 유포했다고 주장하지만 정작 수공 및 정부는 악의적으로 감추려 했다”며 “박 교수의 생명의 강 연구단 조사를 방해, 위협하면서까지 조사를 방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대한하천학회․4대강조사위원회․운하반대전국교수모임도 성명을 통해 “한국수자원공사가 4대강 반대진영의 대표적인 전문가인 박 교수를 고소한 것은 4대강 사업에 대한 반대진영의 목소리를 묵살시키려는 명백한 협박”이라며 “수자원공사와 국토해양부는 진실을 밝히는 학자의 의견을 수용하여 개선해 나가기보다는 소송을 제기하여 재갈을 물리려는 횡포를 부리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번 사건이 또 다른 논란은 과연 4대강사업을 진두지휘한 본부장이 국책사업을 비판한 개인을 상대로 고소를 한 것을 개인차원의 고소로만 판단할 수 있느냐에 대한 문제다.

4대강 사업 비난에 대한 국토부의 강경대응 기조가 강한 상황에서 사업시행자인 수공이 국토부와의 사전 의견 조율 없이 박 교수를 고소 했을리 없다는 주장 역시 설득력을 있기 때문이다.

수공 관계자는 “함안보와 관련해 박창근 교수가 주장하는 것은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며 “이와 관련해 4대강 사업을 추진하고 있는 총괄책임자로서 정남정 본부장이 개인적으로 수공의 명예를 실추했다고 판단해 고소를 제기했다”고 반박했다.

국토부 압박설(?)

또 이 관계자는 “일부 언론에서 제기하는 국토부 압박설에 관해서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며 “만약 국토부가 허위사실에 관련해 법률적 검토를 지시했으면 국토부가 소송을 제기해야지 수공이 소송을 제기할 이유가 없다”며 국토부 압박설에 대해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 “지금까지 박 교수에 대해 4대강 사업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지 말아 달라고 수 차례 의사를 전달했다”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허위 사실이 확산을 막기 위해 고소를 결정했다”고 덧붙였다.

이에 반해 박 교수는 “한 번도 공사측으로부터 그런 말을 들은 적이 없다”며 “4대강 사업의 부실시공에 대한 현장조사에서도 용역들의 조사 방해에 신변의 위협을 느낄 정도로 힘들었지만 수공 등 현장 관계자와의 대화 창구는 없었다”고 말했다.

박창근 관동대 토목과 교수

박창근 교수는 토목공학을 가르치는 수자원 전문가로 대표적인 4대강 사업 비판론자로 지난해 시민단체와 함께 ‘생명의 강 연구단’을 조직해 단장으로 4대강 현장조사를 주도했다. 또 지난 2월에는 경상남도 낙동강사업특별위원회 위원장으로 활동하며 4대강 공사와 안전성 등에 대해 비판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런 가운데 김 사장의 연임과 관련해 환경운동연합측은 11일 4대강 충견노릇을 해와 물러나야할 사람이 재연임 된 것은 부적절한 인사가 아닐 수 없다고 논평했다.

환경연합은 “김 사장의 재연임은 4대강 사업에 대한 충견 노릇을 충실히 했기 때문”이라며 “수공을 몰염치한 공기업으로 만든 김 사장은 자진 사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환경운동연합측은 “김사장의 4대강사업예찬과는 달리 수공이 참여한 4대강 사업 전 구간에서는 크고 작은 문제가 계속 해서 터져 나오고 있고 가뭄에는 무용지물이고 홍수 위험이 더 가중 되는 등 심각한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한 이 단체는 또 수공은 적자를 예상했음에도 4대강 사업에 8조원을 부담해 부채 비율을 6배 증가 시키는 등 스스로 재무 상태를 악화 시켰을 뿐만 아니라 4대강 사업의 부작용을 경고하는 민간 전문가를 허위 사실 운운하며 고소하는 등의 파렴치한 행위를 계속 하고 있다고 성토했다.

이번 고소 건은 김 사장은 연임에는 성공했지만 구설수에 오르게 된 꼴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4대강 사업에 올인한 김 사장이 청와대의 신임을 받은 것은 사실이다”며 “그러나 그에 따른 부작용과 민간 전문가에 대한 고소는 국토부를 의식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하게 됐다”고 꼬집었다.

한편 이명박 정부 초기인 지난 2008년 7월 임명된 뒤 지난 2011년 연임된 김 사장은 이번에 다시 재연임 돼 내년 7월 27일까지 수자원공사를 이끌게 돼 4대강 사업을 최종 마무리 지을 것으로 관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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