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硏, 상용화 대비 제도 개선 강조
레벨3 자율주행차, 일반車 사고처럼 보험으로 피해자 먼저 구제해야
사람 개입 여지없는 레벨 4~5, 정확한 사고 원인 규명 체계 필수

미국 캘리포니아주 산라몬 인근에서 도로 주행 중 운전자 사망 사고를 낸 테슬라 모델S 차량. 사진=연합뉴스

레벨3 자율주행차가 2020년 상용화된다. 자율주행차는 운전자의 개입 정도에 따라 레벨0에서 레벨5까지로 나뉘는데 레벨이 높아질수록 운전자의 개입이 줄어든다. 2020년에 상용화되는 레벨3은 조건부 자동화라고 불리며 특정 조건 하에서 운전자가 시스템에 차량 제어권을 이전할 수 있지만 운전자는 항상 제어권을 회수할 수 있는 상태로 대기해야 하는 단계를 말한다.

대표적인 자율주행차로 꼽히는 테슬라는 올 3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고속도로에서 중앙분리대를 들이받아 운전자가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의 사고 원인을 조사한 연방 교통안전위원회(NTSB)는 사고 당시 자율주행장치 오토 파일럿을 사용하고 있던 이 차가 충돌 직전 브레이크 대신 가속기를 가동한 사실을 밝혀냈다.

NTSB가 당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이 테슬라 차량은 실리콘 밸리 부근에서 중앙분리대 장벽을 들이받기 3초 전부터 브레이크를 밟거나 장벽을 피하려고 방향을 돌리는 노력의 흔적이 전혀 없었다고 발표했다.

이처럼 자율주행차라 하더라도 100% 안전을 보장할 수 없고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할 수도 있다. 그렇다면 자율주행차 사고는 누가 배상해야 할까?

보험연구원은 ‘레벨3 자율주행차 상용화 대비 자동차보험제도 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레벨3 자율주행차의 기술적 한계 및 자율주행차 상용화 초기 단계의 과도기적 상황을 고려할 때 자율차 사고도 자동차보험을 통해 우선적으로 피해자를 구제하는 방안이 가장 합리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우리나라는 자율주행차의 상용화를 대비해 책임법제 및 사고 원인 규명 등에 관한 정책 방향, 자동차보험제도 등을 준비 중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5일 “책임법제와 정책 방향을 정하기 위해 연구용역을 맡기는 등 보완 중”이라면서 “올해 12월까지 법 개정안을 내놓을 계획이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결과나 확정된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국토부에서 법 개정을 마치면 보험사들은 거기에 맞게 자동차보험을 정비할 것이라고 국토부 관계자는 덧붙였다.

자율주행차 관련한 법 개정이 완비되지 않았기 때문에 자율주행차 사고의 책임 소재나 피해자에 대한 배상 문제도 현재로서는 명확하지 않다.

미국 등 현행법 보험제 동일 적용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보험 혼재 가능성 있어

황현아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레벨3 자율주행차는 인간과 자율주행시스템 사이에 수시로 제어권 전환이 이뤄지는 형태로 완전자율주행차로 가기 위한 과도기적 형태의 기술이기 때문에 배상책임과 보험제도는 과도기적 상황을 모두 고려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황 연구위원은 미국, 영국, 독일, 일본 등의 예를 들며 “주요국들은 자율차 사고에 대해서도 일반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현행법 및 보험제도를 동일하게 적용하는 방안을 채택했다”고 덧붙였다.

특히 독일과 일본처럼 우리나라의 자동차손해배상보장법과 거의 동일한 법 체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은 자율차 사고 시 배상책임 및 보험 문제를 일반차와 동일하게 처리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독일은 2017년 5월 이미 관련 법령을 개정했고, 일본도 2018년 3월 일반차와 동일하게 처리하기로 하는 방안을 확정하고 2019년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보험연구원은 우리나라도 자율주행차 사고 시 일반차 사고와 마찬가지로 피해자 구제를 우선으로 보유자의 자동차보험을 통해 보상하는 방법이 합리적이라는 주장이다.

반면 일부 자동차제조사는 사람이 운전에 개입할 여지가 없는 레벨 4~5의 완전자율주행차의 사고는 자신들이 책임지겠다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고 전문가들도 운전자가 전혀 개입하지 않았다면 책임을 운전자에게 묻기 어렵다는 의견이 있다. 다만 운전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면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기승도 보험연구원 수석연구원은 “판매전략으로 제조사가 책임질 수도 있겠지만 법적인 문제는 별개다. 법 제도를 해결해 놓은 후 자동차보험보다 제조사가 영업 목적으로 더 보상하겠다는 것은 자동차 회사의 자율 아니겠느냐”며 “레벨 4~5는 사람의 개입 여지가 없기 때문에 사고책임 부분이 현재와 달라져야 하는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기 수석연구원은 이어 “다만 레벨 4~5의 자율주행차가 운전자의 개입 여지가 없다고 하더라도 운행 명령을 하는 것은 차량에 내장된 소프트웨어이고 이런 소프트웨어를 업그레이드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라면서 “만약 제조사가 기한을 두고 소프트웨어 업그레이드를 고지했지만 소비자가 업그레이드를 하지 않아 일어난 사고는 제조사의 책임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무엇보다 사고 원인을 정확히 규명하는 것이 중요하다. 거기에 따라 제조사 책임과 운전자 책임에 따라 구분을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보험연구원은 명확한 사고 원인 규명을 위해서는 사고기록장치 장착 의무화, 사고기록장치에 기록된 정보에 대한 접근권 확대 및 공신력 있는 사고조사기구 설립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각에서는 레벨 4~5 자율주행차가 상용화되고 일반차의 비율이 줄어들게 되면 장기적으로 자동차보험이 사라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기 수석연구원은 “자율주행차라 하더라도 사고가 발생하면 배상이나 보상이 발생하기 때문에 없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결국에는 현재 우리가 생각하는 자동차보험과 제조사가 책임지는 새로운 형태의 자동차보험이 혼재돼 존재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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