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대표, 27년간 당국에 억울함 호소
일각에선 국민불편에 대한 국가의 처리 시스템 미흡 지적
공무원들, 적법한 처리뿐만 아니라 민원인의 불만족스런 부분 납득시켜야

박흥식 부정부패추방실천시민회 대표는 1986년도에 기름, 연탄, 가스, 갈탄 겸용보일러를 발명한 엔지니어 출신 사업가다. 1988년 만능기계주식회사를 설립했으며, 1990년에는 제25회 발명의 날 공로 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또 1991년에는 중국과 수교를 맺기도 전에 보일러 기술을 중국으로 수출하기도 하는 등 남다른 사업 수완을 발휘해 사업을 키워 가고 있었다.

그러나 뜻하지 않은 곳에서 난관에 부딪혔다. 박 대표에 따르면 만능기계(주)를 설립한 후 경북 상주 공성농공단지에 입주해 공장을 건설하던 중 거래하던 제일은행이 정책자금 관련 대출금을 미끼로 커미션을 요구한 것.

박 대표는 당시 제일은행 윤 모씨가 사업자금대출을 해주는 조건으로 대출금에 대한 3~4%의 커미션과 이른바 ‘꺾기’를 요구했고 이를 거절하자 고의부도처리를 당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꺾기란 은행이 기업에 대출을 해주는 대신 은행에 일정한 금액을 강제로 예금토록하는 변칙적 금융관행이다.

박 대표는 부도 이후 8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법정싸움을 이어갔고 결국 법원으로부터 불법적인 부도처리라는 승소판결을 받아냈다. 하지만, 가정은 이미 파탄난 뒤였고 재산상의 손실은 회복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사진=연합뉴스

박 대표는 금융당국에 억울함을 호소했다고 말했다. 1992년을 시작으로 수차례 지금의 금융감독원인 당시 은행감독원에 분쟁조정을 신청했지만, 금감원은 기각 또는 각하 처분했다.

그때 박 대표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회 청원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헌법 제26조 1항은 ‘모든 국민은 법률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국가기관에 문서로 청원할 권리를 가진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또한 2항은 ‘국가는 청원에 대하여 심사할 의무를 진다’고 규정하고 있다. 중앙부처나 공기업, 지자체로부터 억울한 일을 당한 국민이 국회 청원을 통해 억울함을 구제받도록 한 법률이다.

하지만 국회 청원도 박 대표를 만족시켜 주지는 못했다. 국회의원의 임기가 만료되면 청원이 자동폐기 되도록 규정된 법률 때문에 15대, 16대는 임기만료로 폐기됐기 때문이다. 결국 17대 국회 청원심사소위원회가 열리게 됐고 소위원회는 구체적인 피해구제의 내용이나 해결방안이 없었지만 금감원에 민원인과 합의하라는 구두요청을 했다.

이에 금감원은 제일은행에 합의를 하라고 했고, 제일은행은 7000만원에 합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자신의 손해에 비해 터무니 없이 적은 금액이었고, 은행의 일방적인 제안이라는 생각에 박 대표는 이를 거절했다.

이와 관련해 제일은행이 제시한 7000만원의 근거가 무엇인지 확인하기 위해 수차례 제일은행 관계자에 통화를 시도했으나 결국 연락이 닿지 않아 박 대표에게 합의금으로 제시한 7000만원을 어떤 근거로 산정한 것인지 확인할 수 없었다.

박 대표는 이후 국회의장을 비롯한 국회의원 30여 명과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을 직무유기, 국회법 위반 등으로 고발하기까지 이르러 최근까지도 국가와 싸우고 있는 중이다.

박 대표는 2018년 5월 14일에 감사원과 금융위 등 7명을 직무유기, 허위공문서작성 등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에 고발한 상태지만 아직까지도 수사가 이뤄지지 않아 인권침해 및 차별대우를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고발당한 감사원과 금융위원회의 입장은 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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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감사원에 최근 5월에 검찰 고발된 건에 대한 입장과 박 대표가 금융위에 대한 감사청구가 기각 또는 각하된 이유가 무엇인지 물었다.

감사원 관계자는 “현재 검찰 고발돼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 입장을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다만 기각, 각하된 사유는 민원인에게 알려줬고 개인정보를 담고 있기 때문에 타인에게 알려줄 수 없다”고 설명했다.

확인 결과 당시 감사원의 감사요청사항 접수처리 통보서에 따르면 종결처리 이유를 박 대표가 18대 국회 청원심사 소위원회에 제출한 청원이 국회의 회의록에 의해 입증되지만 청원의 채택을 위해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되거나 정부로 이송된 사실이 없었고 국회 임기만료로 폐기돼 정부로 이송된 사실을 발견하지 못해 정부로 이송되지 않은 청원에 대해 처리 및 보고의무가 없다는 내용이었다.

또 금융 관련 분쟁의 조정은 법률상 금융감독원의 분쟁조정위원회에 권한을 주고 있기 때문에 피해보상 여부를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보상신청을 수용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금융위원회 공무원들을 징계 및 고발할 수 있는 사항을 찾을 수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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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 관계자 또한 “최근 고발건 관련해 검찰로부터 관련 자료를 요청받아 제출했고 당시 상황을 소명한 이후 특별한 연락을 받은 것은 없다”면서 “당시 박 대표의 금융위에 대한 민원건도 제대로 조치를 했고 정무위에서도 금감원이 정무위에 구두보고를 한 이후 특별히 우리쪽에 문제 삼은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당시 박 대표가 금융위로부터 받은 민원 회신에 따르면 박 대표가 제기한 정무위원회의 ‘청원 관련 주의조치촉구 및 결과보고 요구’에도 금융위와 금감원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아 징계 및 고발을 요청한 건에 대해 금융위는 금감원으로 하여금 해당 청원의 조정방안을 적극적으로 강구하고, 후속조치를 실시하도록 구두 지도를 했다면서 금감원은 수차례 조정을 시도했으나 양 당사자 간 즉 박 대표와 은행 간의 의견 대립으로 조정이 힘들다는 의견을 구두 보고했다고 회신했다.

또 박 대표의 피해보상 신청건은 개별 금융회사와의 분쟁이기 때문에 금융위가 심의·의결할 사안이 아니며 금감원을 통해 해결할 사안이라고 명시돼 있다.

박 대표는 “금감원을 통해 해결이 되지 않았기 때문에 상급기관인 금융위에 민원을 제기한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표는 “나 같은 사람이 없으려면 법이 개정돼야 합니다. 현재는 공무원의 부작위 시 처벌규정이 없지만 처벌규정도 신설하고 국가 공무원의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부작위란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공무원으로서 마땅히 취해야 할 조치를 취하지 않았을 경우는 처벌하고 공무원의 범죄는 공소시효를 없애 영구히 조사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적절한 보상 수준, 피해구제의 내용이나 해결방안 등 박 대표와 당국의 의견차는 27년 동안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국가가 국민의 불편을 처리하는 시스템이 미흡해 벌어지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대부분의 공무원들이 공명정대하게 공무를 처리하고 있겠지만 적법하게 일을 처리했으니 내 할 일은 다했다는 식의 태도보다는 억울함을 호소하는 국민에게 차선책 제시와 해결되지 않는 상황에 대해서 납득시키는 작업도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이진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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