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지주사 한해 지분율 요건 상향…7조 부담 덜어
한국고등교육재단, 계열사 지분 ‘유일’…의결권 제한

사진=연합뉴스

공정거래위원회가 38년 만에 공정거래법 개정안을 마련한 가운데 SK그룹이 한숨 돌리게 됐다.

그동안 대대적으로 대기업집단에 대한 규제 강화를 예고한 공정위는 지난 26일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을 발표했다.

앞서 공정위는 지주회사가 자회사, 손자회사와 내부거래를 해 배당 외 수익을 과도하게 수취하고 있다며 기존 지주회사 제도의 부작용을 지적한 바 있다. 이어 대기업집단이 소유한 공익재단 역시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경영권 승계,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로 활용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총수일가 지분율 기준이 20% 이상인 상장, 비상장회사는 모두 일감 몰아주기 규제 대상이 된다. 해당 기업이 50% 이상 지분을 보유한 자회사 역시 규제의 적용을 받는다.

지주사의 자회사, 손자회사 지분율 요건은 새로 설립되는 지주사에 한해 상향 조정했다. 현행 20%인 상장사에 대한 지분율은 30%, 40%인 비상장사는 50%로 변경됐다.

신규 설립 지주사를 대상으로 지분율이 조정되면서 SK는 이에 대한 부담을 덜게 됐다.

SK텔레콤은 SK 지분율 25.55%를 갖고 있다. SK하이닉스에 대한 SKT의 지분율은 20.07%다. 만약 공정위가 기존 지주사들 역시 지분율을 30%까지 맞추라고 했다면 SK는 7조원에 이르는 자금을 마련해야 했다.

다만 공익법인 의결권이 제한된 점은 SK에도 적잖은 영향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공정위는 일부 공익법인이 그룹의 주력사·상장사·총수일가 보유사·자산규모 1조원 이상 회사 등 관련 계열사 주식을 보유하면서 총수일가에 유리하게 의결권을 행사했다고 짐작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앞으로 공익법인의 계열사 의결권 행사는 원칙적으로 금지된다. 상장사에 한해 특수관계인 지분 합산 15%까지는 예외적으로 적용한다. 기업들의 부담을 완화하기 위해 공정위는 2년간 유예기간을 두고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15%까지 축소할 계획이다.

SK그룹 소속 공익재단은 17곳에 달한다. SK는 그 중 한국고등교육재단, 행복나눔재단 등을 중심으로 각종 공익사업을 펼치고 있다.

이 중 한국고등교육재단은 SK 소속 공익재단 중 유일하게 계열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재단이 가진 그룹 계열사 지분은 ▲SK건설 주식 8만6120주(0.24%) ▲SKC 7만2436주(0.19%) ▲SK네트웍스 82만1488주(0.33%) ▲SK케미칼 24만523주(1.08%) 등이다. 행복나눔재단은 사회적 기업인 행복나래 8만주(5.00%)를 보유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정으로 일부 대기업들이 공익법인에 지분을 기부하는 방식으로 규제를 회피하거나 지배력을 유지하는 등 사례가 사라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반면 재계 관계자들은 기업활동 위축이 불가피하다는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와 관련 업계 관계자는 “공정거래법 전면개정안이 시행되면 대기업의 의결권은 전보다 축소될 수 있다”며 “다만 총수일가 지분율은 충분하기 때문에 의결권 제한에 따른 영향은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