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칼로리 표기’ 강제성 없어…주류업계 동참 가능성 ‘0’
“열, 땀 등으로 다량 배출돼…일반적으로 공칼로리”
식약처, 강 건너 불구경…“필요성 못 느껴 ‘권고’ 유지”

디아지오에서 판매하는 주류에 부착되는 ‘디아지오 제품정보표준’ 칼로리 표기 라벨. 사진=디아지오코리아

현행 국내 주세법과 식품위생법, 식품 등 표시기준 등에 따르면 주류는 영양성분을 표시하지 않더라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한국소비자원을 비롯한 소비자 단체에서는 주류 제품의 높은 칼로리와 당류 함유량을 지적하는 등 성분표기 요청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에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지난해 6월 주류 제품에도 당류와 열량 등을 표기하도록 하는 ‘주류 영양성분 표시 가이드라인’을 배포했지만 대부분의 주류업체들은 아직까지 이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는 강제성이 없는 ‘권고’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국내 주류업계의 동참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다.

일각에서는 국내 주류업체들이 소비자의 알 권리를 무시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나온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국내 주류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식약처에서 ‘주류 영양성분 표시’에 대해 권고사항이라 발표해 강제성이 없기도 하지만 칼로리를 라벨에 표기를 하게 되면 현재 제작해 둔 라벨을 전량 폐기해야한다”며 “또한 주류의 칼로리는 공칼로리로 체내에 축적되지 않으며 열이나 땀 등의 수분으로 거의 다 배출되기 때문에 표기를 하게 되면 오인될 소지도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디아지오의 기네스 드래프트 캔 맥주. 사진=제갈민 기자

반면 글로벌 주류회사인 디아지오는 지난해 2월부터 자사에서 생산 및 판매하는 조니워커와 윈저, 기네스 등 주류에 칼로리를 표기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디아지오 관계자는 “주류의 칼로리가 일반적으로 공칼로리라고 불리기는 하나, 소비자들이 주류에도 칼로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해 ‘디아지오 제품정보표준(DCIS·Diageo Consumer Information Standard)’을 만들어 표기하고 있다”며 “이는 소비자들이 주류 제품을 선택하고 음용 할 때 더욱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식약처 대변인은 “외국 어느 나라도 주류 칼로리 표기를 의무하고 있는 국가가 없어 필요성이 없는 것으로 비춰지기 때문에 ‘권고’하고 있을 뿐”이라며 “우리나라만 칼로리 표기를 할 경우 통상마찰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국민들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권고사항으로나마 발표를 한 것이다”며 “필요성이 있다고 판단될 경우 주류 칼로리 표기를 의무화할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주류의 영양성분 표시를 의무화하고 있는 나라는 없다. 다만 미국과 EU 등에서는 소비자들의 알 권리를 위해 법제화를 추진 중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영국 공중보건학회(RSPH)는 알코올 과다 섭취를 비만의 원인으로 지목하며 주류 제품에도 다른 식품처럼 함유 열량 표시제를 도입할 것을 꾸준히 권고하고 있다. 이는 음주자의 80%가 술의 열량 정보에 무지해 과음과 비만의 원인이 되고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이 지난해 맥주와 소주, 리큐르, 기타주류 등 25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주류 1병(360ml) 기준으로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은 32.4g, 롯데주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는 17.6g, 무학 ‘좋은데이 석류’에는 18.7g의 당류가 각각 함유돼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저작권자 © 파이낸셜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