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적 가치관 붕괴후 새로운 가치관 형성되지 못한 우리사회 축소판

극중 떠나려는 내연녀 마은지를 붙잡는 장춘재. 사진=스토리브릿지

지난 24일부터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김영무 극작가의 <제3회 늘푸른연극제> 참가작인 ‘장씨 일가’의 첫 공연이 성공적으로 끝났다.

‘장씨 일가’는 김영무 극작가가 현대 비극작품을 쓰기위해 몇 년간 고심을 하며 만든 작품으로 이번 늘푸른연극제에서 송훈상 연출과 함께 첫 무대를 성공적으로 시작했다.

김영무 극작가는 “‘장씨 일가’에서 존속 살인사건이 일어나는 장춘재 일가의 모습을 그리면서, 주인공의 비극적 초상화를 통해 우리 사회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고 밝혔다.

‘장씨 일가’의 주인공인 장춘재(양재성 배우)는 명문집안 출신의 영문학과 교수다. 그러나 실상은 전형적인 가부장인 아버지 장주호(정욱 배우)에게 평생 인정받지 못하는 아들이자, 항상 이혼을 논하는 아내 한여사의 남편, 그리고 결속력이 전혀 없는 세남매의 아버지이다.

어느 날 그는 옛 제자라며 마은지라는 내연녀를 데리고 2층의 자기 서재로 올라가고, 그녀와의 관계를 이어간다. 내면적 고뇌를 벗어나기 위해 불륜과 마약에 빠진 그를 막기 위해 마은지는 장춘재의 아내인 한여사와 첫째 사위였던 강변호사에게 도움을 청하지만, 속수무책임을 깨닫는다.

결국 그녀는 장춘재에게 결별을 선언하고, 장춘재는 마지막 순간에 환각제를 탄 이별주를 나눠마시며 연극 ‘햄릿’의 대사를 읊조린다. 그 때 아버지 장주호가 소리를 지르자, 장춘재는 환각에 빠진 채 연극 장면을 재현하듯 아버지를 칼로 찌른다.

‘이 시대 우리 사회의 진정한 비극적 요인은 무엇인가?’라는 주제를 극작가적 관점에서 규명해보자는 시작은 이번 작품으로 이어졌다. 진지하면서도 강렬하고, 파격적이면서도 깊은 울름을 주는 작품이었다.

김영무 극작가는 “이번 작품을 통해 전통적인 가치관이 붕괴되었지만 그것을 대신할 새로운 가치관이 형성되지 못한 우리 사회의 축소판이자, 존속 살인이 일어나는 장춘재 일가의 모습을 통해 보여주었다”고 말했다.

한편 연극 ‘장씨 일가’는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진행된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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