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정부 한국 게임 ‘판호’ 발급 중단…한국엔 中 게임 봇물
일본, 대만, 북미, 유럽 두드리고 있지만 대안에 불과
든든한 정부 ‘빽’ 세운 텐센트, 한국 IT·게임업체 야금야금
셧다운제·게임 사용 금액 제한, 거꾸로 가는 한국정부
업계 “정부, 규제완화 등 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사진=게티이미지뱅크

2016년 사드 배치가 확정된 직후, 중국은 한국을 향해 만리장성을 쌓아 올렸다.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는 치명상을 입었고, 신세계 이마트도 20년 만에 중국 시장에서 완전 철수했다. ‘K뷰티’로 한류를 이끌어가던 화장품 업계도 오랜 기간 표정을 풀지 못했다. 관광업계 역시 몸살을 앓았다. 최근 각 업체들이 사드 이전 수준으로 회복 중이라는 반가운 소식이 전해지고 있지만 여전히 미래가 잿빛인 업종이 있다. 게임업계다. e스포츠 종주국이자, 최강국이라는 칭송을 받으면서도 사드 보복과 정부의 규제 탓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최근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중국 최대 게임쇼 ‘차이나조이’에서 태극기는 자취를 감췄다. B2B전시관과 한국공동관에 몇몇 게임사들이 부스를 차진 정도에 불과했다.

문제는 1년6개월동안 무너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 장벽에 있다. 중국은 2016년 사드 배치 결정 이후 지난해 2월부터 한국 게임의 자국 내 유통을 허가하는 ‘판호’ 발급을 중단했다. 한국게임은 이후 판호를 단 한 건도 획득하지 못했다.

만리장성에 막힌 한국 게임업계는 일본, 대만, 북미, 유럽 등으로 게임을 수출하며 기회를 모색하고 있지만 대안에 불과하다. 중국 게임 시장(33조원)이 세계 게임 시장(114조원)의 4분의 1을 차지하고 있는 데다 유저 수가 6억명에 달하기 때문이다. 중국을 잡아야 종주국 자리를 키질 수 있다는 얘기다.

반면, 중국산 게임은 한국 안방을 점령하고 있다. 특히 웹게임은 중국산 천지다. 모바일 게임 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최근 각종 광고를 장악한 ‘왕이되는자’는 물론, 엄청난 인기를 얻고 있는 ‘소녀전선’ ‘벽람항로’ ‘음양사’ ‘붕괴3’ 모두 중국산 게임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2016년 중국의 한국 게임콘텐츠 수출은 6091만달러(약 679억원)다. 지난해에는 2000억원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국내 구글플레이에 출시된 중국산 모바일 게임 수는 총 136개다. 이들은 한 해 동안 1965억원을 벌어들였다. 올해 들어서는 상반기에만 91개의 중국산 게임이 구글플레이에 출시됐다.

중국 음향디지털협회 자료에 따르면 중국산 게임 수출액은 2013년 18억2000만달러에서 2014년 30억8000만달러, 2015년 53억1000만달러, 2016년 72억3000만달러, 지난해엔 82억8000만달러로 급격히 늘고 있다.

과거 한국 게임 수입상 노릇을 하던 중국 텐센트는 위협적인 존재가 됐다. 카카오, 넷마블 등에 투자한 데 이어 ‘배틀그라운드’를 보유한 블루홀 2대 주주에 올랐다. 카카오와 넷마블에서는 3대 주주다. 카카오게임즈와 카카오뱅크, 네시삼십삼분 등 국내 주요 IT와 게임 기업의 지분도 보유하고 있다.

물론 이들 기업이 텐센트의 손을 잡은 것은 중국 시장 때문이다. 텐센트는 중국 내 최대 게임 유통망과 포털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텐센트와 손잡고 중국 시장에 진출한 에픽게임즈의 배틀로얄 게임 포트나이트. 사진=텐센트 게임 누리집 갈무리

텐센트는 국내 기업 외에도 ‘리그오브레전드’ 개발사인 미국 라이엇게임즈를 4억달러에 인수했고, 액티비전블리자드, 에픽게임즈, 유비소프트의 지분도 확보했다. 2016년에는 86억달러를 들여 ‘클래시오브클랜’ 개발사 슈퍼셀을 사들였다.

개발 능력도 한국 업체 못지않다. 한국 게임 모방으로 낮은 수준의 웹보드 게임을 개발했고, 한국 게임을 자국 내 유통해 벌어들인 돈은 게임사 인수와 개발인력 채용에 투입했다. 텐센트 오로라스튜디오가 개발한 온라인 게임 ‘천애명월도’는 국내 PC방 점유율 상위에 랭크되기도 했으며, 배틀그라운드 모바일 버전도 텐센트의 손에서 탄생했다.

텐센트의 급격한 성장 배경에는 중국 정부의 든든한 지원이 있었다. 중국정부는 2012년 ‘12차 5개년 문화산업 계획’에서 게임을 11대 중점 산업에 포함시켜 육성에 나섰다.

한국 정부는 거꾸로 갔다. 셧다운제를 도입하고, 게임 사용 금액에 제한을 두면서 게임업계를 위축시켰다. 특히 셧다운제는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관광부가 각각 강제적 셧다운제와 선택적 셧다운제를 시행하면서 ‘이중 규제’가 되고 있다. 업체들은 두 가지 법률에 맞는 시스템과 서버를 각각 구축해야 한다. 소규모 게임업체들이 게임 개발에 매진할 수 없는 이유다.

업계에서는 정부가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문체부 역시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노력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도 “한국 게임업계의 성장 지속과 중소 게임사의 발굴을 위해서는 규제 완화는 물론, 중국 정부와 같은 정부 차원의 지원도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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