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석인하학원·일우재단 등 조양호 부부 각각 이사장 역임
주요 계열사 재무건전성 확보 및 우회 지원에 재단 악용
공정위 “편법적 지배력 확대 및 경영 승계 의심”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사진=연합뉴스

수백억대 상속세 탈루 및 횡령·배임 등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를 추가해 눈길을 끌고 있다.

최근 공정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계열사 현황을 신고하면서 총수일가가 소유하고 있는 대한항공 납품업체 일부와 62명의 친족 현황을 빠뜨렸다. 이를 통해 일감 몰아주기 등 규제를 피하면서 중소기업에 주어지는 혜택까지 챙겼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이 같은 논란이 연이으면서 한진그룹이 기업의 사회환원 목적으로 마련한 공익재단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진그룹 소속 공익재단은 정석인하학원, 일우재단, 정석물류학술재단 등 세 곳이다.

정석인하학원은 고(故) 조중훈 선대회장이 한진그룹과 대한항공 주식 대부분을 증여해 마련됐다. 조양호 회장은 당시 인하학원, 정석학원으로 구분됐던 재단을 합병하면서 이사장 자리에 올랐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공시 기준 정석인하학원은 그룹 계열사 ▲한진그룹 3.97%(47만5124주) ▲대한항공 2.70%(260만866주) ▲한진칼 2.13%(127만1403주) ▲한국공항 0.01%(254주) 등의 지분을 각각 보유하고 있다.

같은 기준 일우재단 역시 ▲대한항공 0.20%(19만1325주) ▲한진칼 0.15%(9만2453주) 등의 지분율을 가지고 있다. 이밖에 정석물류학술재단은 ▲대한항공 0.42%(40만150주) ▲한진칼 1.07%(63만7118주) ▲정석기업 10.00%(12만3115주) 등을 보유 중이다.

정석인하학원은 해당 지분을 활용해 지난해 3월 대한항공에서 재무건전성 확보를 위해 진행한 유상증자(4500억원 규모)에 참여해 52억원을 출자했다. 당시 재단은 그 중 45억원을 한진의 다른 계열사로부터 현금으로 증여받았다.

공정위는 재단이 45억원을 받으면서도 증여세 면제 혜택을 받아 세금을 한 푼도 내지 않았다는 점을 지적했다.

또한 260만주에 달하는 대한항공 주식을 보유하고 있지만 지난 5년간 배당받은 돈이 없었다는 부분도 문제 삼았다. 이를 바탕으로 공정위는 조양호 회장이 공익재단을 활용해 대한항공을 우회 지원한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사진=연합뉴스

이 같은 논란이 제기되면서 최근 갑질 파문이 불거진 조 회장의 아내 이명희 씨가 재단 이사장직을 맡았던 일우재단에도 따가운 눈총이 쏟아지고 있다.

재단은 1991년 조중훈 선대회장이 설립한 21세기한국연구재단의 이름을 2009년 변경하면서 지금의 모습이 됐다. 조양호 회장을 거쳐 그해 이사장으로 취임한 이명희 씨는 재단 이름을 조 회장의 호인 ‘일우(一宇)’를 따 일우재단으로 바꿨고 기존 장학사업에서 문화예술지원 사업으로 재단의 성격을 바꿔 나갔다.

일우재단이 문화예술지원 사업을 확장해 나가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이명희 전 이사장이 재단 운영을 맡게 되면서 총수일가가 재단을 앞세워 편법적으로 경영 승계를 이어오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재단의 목적사업비 비중은 점차 줄어드는 반면 수익사업비 비중은 늘어나 기존 취지와 달리 재단이 운용된다는 의구심이 새 나왔기 때문이다.

2014년 말 공시 기준 재단의 총 수입은 16억2323만원이다. 총 지출액은 11억5952만원이며 공익사업지출액은 8억7978만원(76%)을 차지했다. 그 중 목적사업비는 8억870만원이다.

이듬해인 2015년 일우재단의 총수입은 18억4292만원, 총지출액은 13억6520만원으로 늘었다. 이 중 공익사업비로는 10억2318만원(목적사업비 9억8404만원), 전체의 75%가 쓰였다. 수익사업지출액은 전년(2억7973만원) 보다 늘어난 3억4202만원이다.

이어 2016년 재단의 총수입은 13억1289만원으로 줄었으나 수익사업비 비중은 31%(4억3979만원)으로 되레 늘어났다. 총 지출액 13억9994만원 중 공익사업지출액은 9억6014만원(목적사업비 9억2851만원) 정도다.

최근 3년간 일우재단의 기부금은 단 한 푼도 없었다.

업계 관계자들은 공정위가 마련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게 되면 핵심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한진그룹 공익재단의 지배구조 조정은 불가피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한편 한진그룹의 공익재단 의결권이 제한되면 그룹의 특수관계인 지분율(의결권 기준)은 ▲한진그룹이 31.89% ▲대한항공이 31.03% ▲한진칼 26.47% 등으로 기존보다 각각 2.7%p, 2.31%p, 2.48%p씩 낮아진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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