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제약·바이오 기업 공시실태 미흡…개선 추진”
시총 상위 10개 중 절반, 제약·바이오…이슈에 ‘휘청’
“정확한 정보인지 판단 어려워” 투자자 신중

사진=연합뉴스

금융당국이 제약·바이오주에 대한 투자자 보호에 나섰다. 과도한 투자에도 불구하고 공시실태는 미흡해 이를 개선하겠다는 목적이다.

16일 금융감독원은 제약·바이오 기업의 중요 정보 및 위험에 대한 공시내용이 불충분해 투자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며 공시실태 개선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금감원이 163개 제약·바이오 기업이 제출한 지난해 말 사업보고서를 점검한 결과 핵심 연구 인력 등 연구능력 수준을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미공시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신약개발의 진행단계는 비교적 상세히 기재됐지만 방식이 정형화되지 않아 회사간 비교가 어려웠다.

특히 임상실패 및 개발중단 등의 정보가 없어 투자자들이 신약 개발의 실패 여부를 확인하기 어려웠다.

지난해부터 제약·바이오주는 시장을 주도하는 종목으로 떠올랐다.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은 대부분 제약·바이오주가 차지했다. 1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닥 시총 상위 10위 기업 중 절반인 5개 기업(셀트리온헬스케어·신라젠·메디톡스·에이치엘비·바이로메드)이 제약·바이오 기업이었다.

산업 규모는 커졌지만 이슈에 영향을 받아 주가는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특정 사건이 산업 전체로 퍼지는 등 개별 기업 이슈에 민감하게 반응한 것이다.

고공행진을 하던 제약·바이오주는 지난 5월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논란을 시작으로 주춤하기 시작했다. 당시 금감원은 특별감리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잠정 결론을 내렸다.

이에 바이오주는 대부분 하락했다. 금감원이 잠정 결론을 발표한 다음 날인 5월 2일부터 4거래일동안 셀트리온헬스케어는 11.7% 내렸다. 신라젠은 23.4%, 메디톡스 4.5%, 에이치엘비 16.7%, 바이로메드 9.4% 등 떨어졌다.

금융당국의 바이오기업 연구개발비에 대한 회계 감리 실시와 라정찬 네이처셀 대표이사 구속이 이어지면서 바이오주 하락을 이끌었다. 앞서 서울남부지법은 라 회장이 허위 과장 정보를 이용해 주가를 조작했다는 혐의로 구속 영장을 발부한 바 있다.

게다가 신라젠의 개발 중인 항암신약 ‘펙사벡’의 임상 3상이 중단될 수 있다는 소문이 돌면서 투자 심리는 얼어붙었다.

하락이 이어지자 일부 전문가들은 ‘바이오주 거품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중소형주 시장의 바이오 버블, 시장 건전성 심하게 훼손’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코스닥과 거래소에 상장된 업체들의 지난해 11월 이후 주가 상승률 30개 상위업체 중 약 80%가 바이오업체들이었다”며 “바이오와 전혀 상관없는 업체들이 바이오사업을 추가하고 인력을 확보해도 어김없이 주가는 고공행진한다”고 평가했다.

이어 “현재 대한민국만의 중소형주 바이오 버블은 일부 순기능에도 불구하고 붕괴 후 얻는 것보도 폐해가 훨씬 클 것으로 판단된다”며 “무늬만 바이오업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기고 많은 투자자들이 검증도 하지 않고 뉴스에만 의존한 매매를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금감원은 제약·바이오 산업 특유의 투자위험요소들에 대한 정보를 사업보고서에 체계적이고 상세히 기재토록 모범사례를 마련할 방침이다.

신약개발 관련 내용은 ‘연구개발활동’, 라이센스계약은 ‘경영상의 주요계약’ 부분에 집중해 정보접근 편의성을 제고한다. 오는 11월 제출 마감인 올해 3분기 보고서부터 적용된다.

투자자들은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보를 제공한다는 부분은 긍정적이지만 믿을만한 정보인지 우려가 된다는 평가다.

제약·바이오 기업에 투자한 한 투자자는 “투자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점에서는 나쁠 것이 없지만 각 회사들이 해당 내용을 기재할 때 정확한 정보를 전달했는지와 리스크 요소를 구체적으로 적었는지 제약·바이오 업계 특성 상 확인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신약을 개발할 경우 확인하는 것이 더욱 불가능 하다”며 “반도체나 IT 기업처럼 결과물이 빨리 나오는 것이 아니라 사람을 대상으로 하는 10년 이상 걸리는 임상이라 가이드라인이 참고는 될 수 있지만 투자자에게 좋다, 나쁘다로 판단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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