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통째 개발” 발언 나비효과…일대 호가 최대 2억 상승
진압 나선 국토부 “정부와 협의 없이는 현실성 없어”

여의도 공작아파트와 일대 아파트 모습. 사진=연합뉴스

용산·여의도 일대 부동산시장이 통합개발계획에 따른 기대감으로 요동치고 있다.

앞서 박원순 시장은 싱가포르에서 열린 ‘2018 리콴유 세계도시상’ 시상식에 참석해 용산·여의도 통합개발계획을 언급한 바 있다. 당시 박 시장은 “여의도 일대를 통으로 개발해 신도시에 버금가게 만들 수 있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고민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25일에는 “여의도를 서울의 맨해튼처럼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선 종합적 가이드라인과 마스터플랜 아래 개발이 진행되는 게 좋다”고 또 한 번 강조했다.

그동안 도시재생사업에 주력했던 박 시장이 특정지역 개발을 구체적으로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수립되면 향후 여의도는 주거·업무·상업 등 기능이 어우러진 초고층 국제 금융도시로 탈바꿈한다.

서울시 도시계획 ‘2030 서울플랜’에 따르면 강남권을 중심으로 한강변에 위치한 재건축 단지들은 시가 규정한 35층 층수 제한을 받는다. 하지만 여의도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상업지역으로 분류돼 예외적으로 50층 이상 증축이 가능하다.

실제 여의도 공작아파트의 경우 최고 49층 높이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로 재건축을 추진 중이다.

부동산관계자들은 옛 MBC 사옥 복합개발사업과 파크원, IFC(서울국제금융센터) 등 각종 개발·호재가 맞물린 상황에서 여의도 부동산시장의 가격상승 여력은 여전히 남아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박 시장의 연이은 여의도 마스터플랜 발언은 투자수요의 기대감에 힘을 싣는 역할을 했다. 정부가 부동산시장 안정화 및 투기세력 억제를 위해 지난해부터 강도 높은 규제책을 펼치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정반대 행보를 보이는 셈이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기준 광장아파트 전용면적 116.53㎡(약 32평), 공급면적 125.55㎡(약 38평) 규모의 시세는 15억원이다. 박 시장이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언급하기 직전인 6월(14억원) 보다 약 1억원 가량 웃돈이 붙었다. 12억7500만원 선이었던 올 1월과 비교하면 불과 7개월 만에 2억2500만원이 올랐다.

공작아파트 전용 93.06㎡(약 28평), 공급 101.56㎡(약 31평) 규모 평형대는 같은 기준 13억4000만원 선에 시세가 형성돼 있다. 이는 전년(11억4000만원) 대비 매매가가 2억원 오른 수준이며 올 1월(12억4000만원) 보다는 1억원 상승했다.

광장아파트 인근 부동산 관계자는 “같은 평형대라도 내부 수리가 모두 이뤄진 경우에는 더 높은 가격이 책정된다”며 “여의도 통합개발 마스터플랜으로 미래가치가 높다고 판단한 투자 문의도 끊이지 않을뿐더러 일부 매도자들은 오히려 매물을 거둬들이고 있는 실정이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여의도 부동산시장 분위기가 달아오르자 정부는 즉각 진압에 나섰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3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에서 “대규모 개발계획이 실질적으로 진행되려면 국토부와 긴밀한 협의를 거쳐야 한다”며 “중앙정부와의 협의 없이는 현실성이 없다”고 일축했다.

또 다른 부동산 관계자는 “용산뿐만 아니라 당산, 영등포, 신길, 마포 등 일대 집값은 계속 오르고 있다”며 “정부가 제동을 걸었지만 사업 자체가 무산될 가능성은 없다고 생각하는 수요자들이 많아서 매물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은 “정부가 관계부처와 함께 합동단속도 하고 세무조사도 하고 향후 투기지역을 추가로 지정하겠다고 하면서 시장이 숨 고르기에 들어갈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다주택자 규제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의 분양시장 접근이나 똘똘한 한 채로 몰리는 대기수요를 차단하는 게 쉽지 않기 때문에 쉽게 집값 안정화를 예단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또 함 랩장은 “(여의도 마스터플랜은) 박원순 시장이 본인 임기 내 어떤 성과를 내기 위해서 도시개발계획에 추진 의지가 있는 것으로 비치기 때문에 사업이 좀 지연될 수는 있어도 완전히 접는다고 보기에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다만 정부가 집값 안정화에 대한 정책 의지가 강하기 때문에 개발계획에 기대어 단기적으로 투자하는 게 위험할 수는 있다”고 예상했다.

서울시는 국토부와 협의해 용산·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추진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에 따르면 시는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이 확정되고 재건축 단지들의 개별적 심의를 다시 진행한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박원순 시장이 정부 기조와 반대로 여의도 마스터플랜을 언급한 것은 시의적절치 못하다”며 “향후 대권을 염두한 발언이거나 3선에 성공한 자신감이 드러났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권 교수는 “여의도 마스터플랜이 당장 시행되지 않더라고 부동산시장에는 지속적으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된다”며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과는 성격이 다르기 때문에 국토부와 협의해 나가겠지만 일대 집값 상승은 계속될 거다”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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