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철도 건설시 타국 의존가능성 낮아”
저부가가치 사업 진출 지양…한반도 특성 살린 아이템 필요

4·27판문점선언, 북미정상회담 성사로 남북경제협력에 관한 관심이 여느 때보다 높아졌다. 국토종합계획의 수립과 국토 전반에 걸쳐 폭넓은 분야의 연구를 담당하는 국토연구원은 남북경협의 핵심 기구 중 하나다. 특히 1998년 설립해 올해로 20년을 맞은 국토연구원 한반도·동북아연구센터는 동북아정책과 북한 연구의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을 만나 대표적인 경제협력 사업으로 꼽히는 철도 건설과 북한 진출 사업 등에 대해 들어봤다.

이상준 국토연구원 부원장. 사진=제갈민 기자

Q. 처음 남북철도 연결을 구상하게 된 계기는?

A. 일제강점기에 개발된 북한의 철도와 도로, 공업 도시의 연구를 시작했던 것이 남북철도연결 구상의 뿌리라고 할 수 있겠다. 당시 형성된 산업시설과 철도망 등이 현재 북한의 기본 축이기 때문이다. 북한 내륙은 산악지대라 동해안과 서해안을 따라 도시와 인프라가 건설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함흥, 청진, 원산 등은 일본에서 해안을 따라 접근하기 좋은 지역이고 평양과 신의주는 중국 북경으로 연결되어 편리한 곳이다. 중국 동북 3성 진출과 시베리아 횡단 철도 등 일제강점기 당시 구상된 것을 바탕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

Q. 남북철도 건설에 대한 비용은 어느 정도로 예상하는지.

A. 남북철도 건설 금액은 기준에 따라 달라진다. 기존에 놓였던 침목을 최대한 활용해 부분적 수리로 건설한다면 2억 달러 내의 적은 비용이 들 것이다. 그러나 이 경우 남북철도 건설이라는 정치적 상징성을 지닐 뿐, 속도는 포기해야 한다. 100km 이상 달리는 철도를 건설하게 될 경우, 그 비용은 아직 알 수 없다. 철교와 터널을 새로 건설해야 할 것인지 실사를 통해 측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Q. 철도 건설 시 북한이 타국에 의존할 가능성은?

A. 철도는 도로와 달리 통신과 신호 등 국가표준이 들어가기 때문에 국가 간 철도체계를 통일하기가 쉽지 않다. 북한이 타국에 인프라 개발을 의존할 가능성은 매우 낮아 보인다. 만약 중국에서 북한에 철도 건설을 무상으로 제공한다고 해도 중국에 종속될 수 있다는 위험부담이 있기때문에 북한이 쉽게 받아들이지 않을 거다.

Q. 그렇다면 한국기업이 북한개발을 주도할 가능성은 작겠다.

A. 북한은 어느 한 국가에 혜택을 몰아주기보다 다수 국가를 참여시켜 경쟁을 유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중국·일본 등 기타 국가들은 위험을 감수하면서까지 북한개발에 투자하지 않을 것 같다. 어느 한 기업이나 나라가 주도권을 쥐거나 독점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한다.

앞서 북한은 러시아와 2014년 철도 현대화 합의를 체결한 바 있다. 당시 사업비는 북한의 지하 광물자원을 러시아가 자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는 것으로 대체됐다. 그러나 북한 지하광물자원을 사용하기 위해서는 해당 지역에 도로·철도 등을 설치해야 한다. 사실상 러시아가 무상으로 사업을 해준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런 협력이 체결된 데는 러시아가 북한과의 돈독한 관계를 대회에 과시하기 위함이 컸다고 본다.

Q. 현재 북한 관련 사업에 투자하는 기업에 필요한 것은?

A. 북한 투자 환경이 어느 정도 조성됐는지를 자세히 살펴봐야 한다. 북한 진출을 추진하는 기업은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패러다임을 가져야 한다. 한반도에서만 할 수 있는 비즈니스를 아이템을 찾는 것이 필요하다.

주의할 것은 저임금 노동을 활용한 저부가가치 산업은 한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북한 역시 저임금노동력·지하자원 등을 활용한 경제개발보다 고부가가치 산업에 더 관심을 두고 있다. 고려해볼 만한 아이템은 문화산업이다. 이제까지 한류는 드라마와 영상, 음악, 음식 정도에 불과했다. 이제는 한 단계 더 나아가서 미용·건강·의료 콘텐츠를 생각해봐야 한다. 우리나라가 최고 수준인 것 중 하나가 의료다. 북한도 고려 향방에 강점이 있다고 하니, 중국이나 일본을 겨냥한 의료관광이나 힐링 문화산업 콘텐츠 등으로 고부가가치를 뽑아낼 수 있다고 보여진다.

북한은 현재 산업에 대한 규제가 없고 지가가 형성돼 있지 않아 신규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환경으로 적합하다. 동북아시아에서 북한의 개발 잠재력은 충분하다. 2007년 10·4 선언 당시 북한 해주에 주물단지 등을 조성해 화학공업단지로 만들고자 했다. 인천항에서 배로 접근하기 쉽고 주물은 신속하게 움직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10년이 지난 지금 중화학단지 조성은 경쟁력이 없다. 아마 우리가 다시 북한과 과거 10·4 선언 이행을 논의할 때는 관광특구나 서비스 산업 중심으로 진행해야 할 것이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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