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시리즈’ 계열사 잇단 설립, 재단서 지분 100% 소유
공익재단, 하청 ‘갑질’ 동원됐나…공정위 “사익편취 가능성”

사진=연합뉴스

하청업체 대표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등 ‘기내식 사태’로 논란에 선 금호아시아나그룹(이하 금호그룹)이 공익법인을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등으로 활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금호그룹이 설립한 공익재단은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하 금호문화재단), 죽호학원 등 두 곳이다.

금호문화재단은 지난 1977년 설립된 문화예술 공익재단으로 클래식 음악과 미술 등의 활성화를 위한 지원사업을 펼치고 있다. 재단 이사장은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이 맡고 있다.

박 회장은 지난 2009년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과 경영권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당시 금호문화재단은 박 회장의 금호석유화학 지분 매입대금 제공을 위해 총수일가가 매각한 금호산업 지분을 대신 매입했다.

경영권 분쟁에서 박 회장이 실패하자 금호문화재단은 보유하고 있던 금호산업 지분을 전량매각하고 해당 대금으로 워크아웃을 진행 중인 금호타이어 지분을 매입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박 회장이 금호문화재단을 개인 회사처럼 악용한 대표적인 사례로 보고 있다.

공정위가 발표한 ‘공익법인 실태조사 분석결과’에 따르면 금호문화재단은 그룹 계열사인 ▲금호산업 지분 0.20%(8352주) ▲금호홀딩스 12.70%(40만주) ▲케이에프 100%(2만주) ▲케이에이 100%(4000주) ▲케이알 100%(4000주) ▲케이오 100%(4000주) 등의 지분을 가지고 있다.

금호그룹이 설립한 교육목적 공익재단인 죽호학원은 ▲금호홀딩스 4.50%(15만주) ▲케이지 100%(1만주) ▲케이아이 100%(4000주) 등의 주식을 보유 중이다.

아시아나항공의 협력업체로 일명 ‘K시리즈’로 불리는 계열사의 지분을 두 재단이 각각 100%씩 가진다는 점이 특징이다.

해당 계열사들은 기존 아시아나항공이 하던 정비, 지상 여객, 기내청소 및 수하물 운반 등의 업무를 하청받아 진행해오고 있다.

2010년 케이지 설립 이후 매년 계열사는 꾸준히 늘어났다. 2012년 케이에이·케이아이·케이에프, 2015년 케이알·케이오 설립 등 아시아나항공 내 업무를 담당하는 K시리즈 계열사는 현재 6곳에 이른다.

이외에도 항공운송지원과 외항사 여객서비스 등을 담당하는 에이큐(2016년), 에이에이치(2017년)도 최근에 잇달아 설립됐다.

계열사가 많아지면서 매출은 꾸준히 늘어났고 금호그룹은 이들이 벌어들인 수익 일부를 기부금 형태로 다시 재단의 재원으로 축적했다. 통상 입찰을 통한 외주가 아니라 그룹 내 지분 관계가 얽혀있는 계열사로 일감을 쪼개서 몰아줬을 가능성이 크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공시 기준 금호문화재단의 총수입은 85억8586만원이다. 전체수입의 78%에 해당하는 66억6490만원은 기부금 형태로 벌어들였다.

총지출액은 77억7922만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공익사업지출액(32억5276만원) 중 22억4139만원은 목적사업비로 쓰였다. 수익사업지출액은 45억2646만원인데 이는 전체 지출액의 절반이 넘는 58%에 해당한다.

CEO스코어 자료에 따르면 당시 금호문화재단의 목적사업비 비중은 37.90% 정도다. 지난해 재단의 총수입은 약 107억3200만원으로 전년 대비 증가했다. 그러나 목적사업비는 2016년보다 줄어든 24억2900만원(22.60%)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공정위는 금호그룹이 기업의 사회환원 및 공익을 위해 설립한 금호재단을 그룹 지배력 유지 및 계열사 지원 등 사익편취 수단으로 악용했다고 지적했다. 국세청 역시 이와 비슷한 이유로 재단에 대한 세무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사내 갑질 및 폭언으로 구설에 오른 대한항공에 이어 금호그룹에도 사정당국이 전방위적 수사의 칼날을 겨눌 전망이다.

파이낸셜투데이 배수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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