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인터넷은행 한해 자본·기술투자 확대해야”
케뱅·카뱅 적자…고신용자 고객에 영업력 집중 비판
“은산분리는 금융규제 근간…인터넷은행에 희생될 가치 아냐”

지난해 7월 열린 한국카카오은행 출범 행사에서 관계자들이 시연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인터넷은행 활성화를 위해 은산분리 완화 카드를 꺼내자 반발이 거세다. 적자를 기록한 인터넷은행의 경영 실패를 덮기 위한 규제 완화라는 지적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은산분리 규제 완화를 선언했다. 인터넷은행 발전을 위해 기업 투자를 활성화하겠다는 이유에서다.

은산분리는 산업자본이 금융시장을 잠식하는 것을 막기 위해 산업자본은 의결권 있는 은행 지분을 4% 까지만 보유할 수 있도록 제한하는 제도다.

문 대통령은 최근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열린 인터넷 전문은행 규제혁신 현장방문 행사에 참석해 “은산분리는 우리 금융의 기본 원칙이지만 지금의 제도가 신산업 성장을 억제한다면 새롭게 접근해야 한다”며 “은산분리 대원칙을 지키면서 인터넷 전문은행이 운신할 수 있는 폭을 넓혀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에 한정해 혁신 IT 기업이 자본과 기술투자를 확대할 수 있어야 한다”며 “대주주의 사금고화 등의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주주의 자격을 제한하고 대주주와의 거래를 금지하는 등의 보완장치가 함께 강구돼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구 금융위원장도 “금융위는 인터넷은행과 함께 핀테크, 빅데이터 산업이 유기적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도록 더 적극적으로 대응해 나가겠다”며 “금융혁신 관련 법안들이 하루빨리 결실을 볼 수 있도록 국회의 입법 논의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현재 국회에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 관련 법안이 총 5건 체류 돼 있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운영에 관한 특례법안 3건과 은행법 개정안 2건 등이다.

정부가 은산분리 완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이자 이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인터넷은행의 경영 실패를 보완하기 위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은 금융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 지난해 처음 출범한 인터넷은행의 실적은 적자에 머물렀다. 최초로 오픈한 케이뱅크는 지난해 838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카카오뱅크도 1045억원의 손실을 냈다.

설립 취지와도 어긋났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넷은행은 IT와 금융의 융합을 통한 금융혁신, 중신용자 대출 활성화, 금융산업 내 경쟁촉진 등을 목적으로 출범했다.

하지만 출범 목적과 다르게 고신용자 대출 비중이 높았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현재 고신용(1~3등급) 차주의 대출비중이 96.1%를 차지했다. 국내은행(84.8%)를 상회하는 수치다. 중신용(4~6등급) 차주의 비중은 3.8%로 국내은행(11.9%)보다 낮았다.

이에 금융노조는 성명서를 내고 은산분리 완화에 반대했다. 이들은 “은산분리는 우리 경제사회의 공정성을 확보하고 재벌에 집중된 경제권력을 견제하기 위한 최후의 보루다”며 “아무런 금융혁신도 보여주지 못한 인터넷전문은행의 민원에 희생될 가치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인터넷전문은행은 기존 은행과 다른 금융혁신은 시도도 못 한 채 편하게 돈놀이 할 수 있는 고신용 고객에만 영업력을 집중했다”며 “대출의 90% 가까운 비중이 모두 가계대출에 집중돼 은행의 근본적 존재 이유인 자금중개 역할조차 전혀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노조는 “어떤 경우에라도 금융규제의 근간인 은산분리를 완화하는 데 동의할 수 없으며 정부와 국회 일각의 시도를 즉각 중단할 것을 재차 강력히 요구한다”고 덧붙였다.

추혜선 정의당 국회의원과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은산분리 규제 완화의 문제점 진단 토론회’를 개최해 은산분리 완화를 비판했다.

이들은 “은산분리 규제는 금융의 공공성 확보 및 재벌·대기업으로의 경제력 집중 방지를 위해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일 뿐 아니라 금융산업의 건전성 유지라는 금융감독 고유의 목표를 위해서도 매우 중요한 감독원칙이다”며 “금융시스템의 안정성을 훼손해 금융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우려가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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