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시리즈에 우아함을 더하다
우월한 하차감이 주는 만족감
제로백 6.3초…‘방심은 금물’
흠잡을 곳 없는 코너링…불안감 전무
BMW 4시리즈의 시작은 3시리즈의 파생 모델인 쿠페와 컨버터블에서 비롯됐다. 즉 태생부터가 일반주행 보다는 역동적인 주행에, 중장년층 보단 젊은 세대에 초점이 맞춰졌다는 얘기다.
4시리즈 출시 초기에는 이같은 태생 때문에 많은 우려와 걱정이 있었다. BMW가 홀수시리즈는 잘 나가는 반면, 짝수시리즈는 상대적으로 부진한 징크스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달리기에 초점이 맞춰 졌던 터라 일부 매니아들의 전유물로 남을 것이라는 전망이 팽배했다.
하지만 4시리즈 출시 후 우려와 걱정은 눈 녹듯이 사라졌다. 단순한 흥행을 넘어서 BMW 짝수시리즈의 선봉장으로 우뚝 설 만큼 성공가도를 달렸기 때문이다. ‘쿠페’로 시작한 4시리즈는 이후 ‘컨버터블’ ‘그란 쿠페’ 등으로 라인업을 확장하며 전 세계에서 40만대 이상 팔리면서 BMW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다.
4시리즈의 이같은 흥행은 완성도 높은 디자인의 영향이 가장 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4시리즈는 헤드라이트와 키드니그릴을 이어붙인 BMW의 새로운 패밀리 룩이 가장 잘 어울리는 모델로도 유명하다.
이번에 시승한 차량은 4시리즈의 라인업인 쿠페와 그란쿠페, 컨버터블 중 2도어 쿠페 모델이다. 전통적인 쿠페들이 2도어를 채택한 만큼 5도어인 그란쿠페보다 좀 더 날렵하고 역동적인 느낌을 받았다. 특히 이번에 시승한 모델은 ‘오픈카’로 유명한 컨버터블 차량으로 일반 모델들과 달리 B필러가 존재하지 않아 보다 더 날렵한 모습을 연출했다.
전체적인 외관은 최신 BMW의 DNA가 적용됐다. 전면부는 BMW의 상징인 키드니 그릴이 이전 세대보다 좀 더 길어졌고, 친숙한 트윈 원형 헤드라이트는 육각형 디자인으로 통합돼 좀 더 강인한 인상을 줬다. 특히 헤드라이트 상단에 ‘눈썹’ 형태로 자리잡은 LED 지시등이 남성스러움을 강조했다.
또 전면부 공기흡입구와 차량 앞뒤 라이트 디자인이 달라졌고, 실내도 일부 내장재 재질이 바뀌었으나 전체적인 느낌은 3시리즈와 비슷하다.
내부는 스티어링 휠과 아날로그 감성의 계기판 등 기본 구성은 그대로였지만 대시보드 상단의 패널을 가죽 패널로 바꿔 고급감을 더했다. 내비게이션 시스템은 두 개의 화면 페이지에 6개의 대형 타일형 아이콘이 배치됐다. 하만카돈 오디오 시스템을 갖춰 주행 중 음악을 듣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4시리즈의 진정한 즐거움은 주행을 통해 느낄 수 있다. 이번 시승은 강화도와 파주 등 왕복 300㎞ 구간에서 진행됐다. 시내 주행과 고속주행이 적절히 섞여있는 만큼 차량의 전반적인 성능을 확인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스포츠모드에 놓고 가속페달에 발을 올리자, 시속 100㎞까지는 순식간이었다. 그만큼 가속력이 대단했지만 단단한 하체 세팅과 운전자를 꽉 잡아주는 시트 덕분에 불안감은 전혀 느낄 수 없었다. 2.0 컨버터블 모델의 경우 BMW 트윈파워 터보 엔진이 탑재돼 최고 출력 252마력과 최대토크 37.5kg·m의 성능을 발휘한다. 제로백(0-100㎞/h 도달 시간)은 6.3초에 불과하다.
4시리즈를 시승하면서 가장 기대했던 부분은 코너링 성능이다. 4시리즈의 기본이 되는 3시리즈가 동급 차량 중 가장 스포티하고 날카로운 코너링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실제 아슬아슬한 속도로 코너에 진입하자 이러한 기대는 현실이 됐다. 더욱 진화한 댐핑 기술과 스티어링 설정으로 차내 하중에 관계없이 날카롭게 코너를 빠져나갈 수 있었다. 효과적으로 조율된 서스펜션 탓인지 승차감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역동적인 핸들링은 크게 향상시켰으며, 브레이크 성능 역시 정확한 제동감을 자랑한다. 여기에 급가속 시 들려오는 배기음은 운전자를 흥분시키기에 충분하다. 급브레이크시 차량이 쏠리는 감이 거의 느껴지지 않을 정도로 응답성 또한 건재하다. 무엇보다 연속 회전구간에선 3시리즈 대비 20㎜ 낮아진 무게 중심과 한층 넓어진 윤거(전후 각각 14·22㎜), 그리고 '50대 50' 무게 배분 등을 통한 안정적인 주행이 매력적이다.
한편 BMW 430i M 스포츠 패키지 가격은 7790만원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