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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사법부가 2016년 20대 총선에서 여소야대 구도 형성과 개헌 논의가 촉발되자 정국을 면밀히 분석하면서 국회의 개헌 논의를 유리하게 이끌어갈 방안을 검토한 정황이 드러났다.

31일 법원행정처가 추가 공개한 ‘개헌정국과 사법부 주변환경의 현황과 전망’ 문건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2016년 6월 20대 총선 이후 개헌 논의가 급부상하는 정치권 지형을 분석했다.

문건은 “정세균 (당시) 국회의장이 국회 개원사를 통해 (개헌론) 화두를 던진 이후 거의 모든 정파가 화답하는 형국”이라며 개헌 논의가 추진될 가능성을 높게 봤다.

문건에는 특히 당시 박근혜 정부의 청와대가 표면적으로는 개헌에 반대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미묘한 기류 변화’가 있다고 진단하고 ‘퇴임 후 대비, 레임덕 관리, 업적 관리, 경제살리기 등 다면적 관점에서 고심을 하고 있다’고 관측했다.

또 “‘권력 상실 후의 배신’에 대해 극도의 트라우마를 가진 VIP(박근혜 당시 대통령)가 결국 퇴임 후 영향력 유지에 더욱 집착할 것이고 이런 스타일은 지난 친박 공천을 위한 무리수로 입증된 바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문건은 “개헌을 정치생명 연장에 결부하는 세력이 다수 존재한다”며 “(당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대표가 이 사안에서 절대 같은 배를 탈 수 없다”고 적으면서 개헌을 둘러싼 당시 더불어민주당 내의 이견과 갈등을 고려할 때 개헌이 야권 견제에 매우 유효한 카드라는 분석을 덧붙였다.

문건은 또 분석하길 “정종섭 의원 등 일부 ‘진박’ 의원을 활용하면 ‘친박’ 의원들에게 박심(박근혜 당시 대통령의 의중)을 간접적으로 전달 가능하다”며 “개헌 논의의 개시 여부와 진행 속도 등을 충분히 컨트롤 가능하다”고 했다.

이런 분석을 토대로 문건은 개헌안이 실제 발의되거나 국회를 통과할 가능성은 극히 희박하지만 개헌 논의가 실질적으로 진행될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전망하면서 대응방향을 제시했다.

문건은 내부 진단에서 19대 국회 당시 개헌 논의가 이뤄졌을 당시 국회 헌법개정자문위원회에 헌법학 교수가 대거 참여해 사법부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된 경험이 있다고 했다.

문건은 당시 사법부 권한을 축소하는 방안인 대법원장의 헌법재판관 3인 지명권 삭제, 헌법재판관 자격의 비법조인 확대, 대법원장의 선거관리위원 3명 지명권 삭제 등이 논의됐던 점을 상기시켰다.

문건은 “총선 이후 도래할 개헌 정국에서도 유사한 과정을 밟게 될 가능성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면서 “헌법학계에 폭넓은 우군을 확보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제시했다.

또 “개헌자문위원회 류의 자문기관을 구성할 때 초기 구성 단계부터 적극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면서 “의원 성향을 파악하고, 논의 주도 세력을 접촉해 채널을 신속히 확보하는 방안 등이 필요하다”고 적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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