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남 국제마피아파와 이재명, 실체를 알고 싶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독특한 정치인이다. 무수저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납과 염산을 얼굴에 묻히며 공장을 전전했다. 소년공 생활은 이재명 지사에게 손목이 뒤틀리는 장애를 남겼고, 그래서 그는 지금 한 손으로 넥타이를 맨다. 공장에서 번 돈으로 독하게 공부해 검정고시로 중앙대에 진학, 1986년 사법시험에 합격해 변호사가 됐다.

20년간 인권변호사로 시민들 곁을 지켰던 이 지사는 2010년 지방선거에서 성남시장에 당선됐고, 2014년 재선에도 성공했다. 시장 시절 최대 업적은 전임 시장으로부터 물려받은 5000억원에 달하는 시의 부채를 3년 만에 모두 갚은 일이다. 무상교복, 청년배당, 공공산후조리 등 소위 3대 무상복지로 전폭적인 지지와 전국적인 인지도를 얻었다.

◆ 대중들, 카타르시스를 느끼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를 규탄하는 첫 번째 촛불집회가 열린 지난해 10월 29일, 그는 청계광장에서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외치면서 대중들의 마음을 ‘뻥’ 뚫었다. 유력 대선 후보로 급부상하는 순간이었다. 그의 대선 후보 지지율은 한때 20%에 달하기도 했다. 이번 지방선거 경기지사 후보 경선에서도 문재인 대통령 측근이라는 전해철을 압도하며 민주당 경기지사 후보로 선출되기도 했다.

화려한 이력만큼이나 스캔들도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현역 정치인 중 역대급이다.

음주운전 처벌 전력이 있고, 검사 사칭죄를 저질렀으며, 무고죄와 공무집행방해, 공용물손상 경력도 있다. 여기에 친형과 형수에게 욕설을 퍼붓고, 형님을 강제로 정신병원에 입원시키려 했으며, 고(故)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악플을 무수히 단 누리꾼의 글에 ‘좋아요’를 누르고, ‘일베’에 회원가입을 했으며, 배우 김부선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의혹도 있다.

상기 트러블들은 이번 지방선거 기간 내내 이 지사의 발목을 잡았다. 아니 경기지사로 당선된 지금도 여전히 대중들의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있다.

이런 까닭에 최근 SBS ‘그것이 알고 싶다’가 제기한 ‘이재명 조폭 연루설’은 이 지사 정치 인생에 있어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 지사는 검찰 수사를 요청하며 정면 돌파를 선언한 상황이다.

◆ 파타야 살인사건부터 이재명 지사까지

지난 21일 SBS ‘그것이 알고 싶다’(이하 그알)는 ‘권력과 조폭-파타야 살인사건 그 후 1년’이라는 제목으로 파타야에서 참혹하게 살해된 25살 청년 임동준 씨 사망 사건과 관련한 의문을 파헤쳤다. 방송은 임동준 씨로 시작해 임 씨를 살해한 김형진,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를 거쳐 이재명 지사로 마무리됐다. 복잡한 듯 보였지만, 간단했다. ‘임 씨를 살해한 김형진, 김형진 뒤를 봐준 것으로 보이는 이준석 대표, 이준석 대표의 회사를 지원한 성남시, 당시 성남시장 이재명’이 주 내용이었다.

무수저에서 인권변호사거쳐 경기도지사까지
이력만큼 화려한 스캔들, 명실상부 트러블메이커
임동준 살해한 김형진, 뒤를 봐줬다는 이준석

임 씨는 2015년 11월 태국 파타야의 고급 리조트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온몸에 심각한 구타 흔적이 가득한 상태였다. 김형진은 임 씨의 고용주였다.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제안하며 태국으로 불러들였고, 무분별한 폭행을 일삼았다. 사망 현장에 김형진과 함께 있던 또 다른 유력한 용의자 윤 씨는 태국 경찰에 자수, 김형진이 임 씨를 살해했다고 주장했지만 김형진은 도피했다.

김형진은 수배자답지(?) 않은 생활을 누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 호치민 한인타운에서 건물을 인수해 식당을 운영했고, 카지노에서 속칭 ‘꽁지’라는 명목으로 돈을 빌려주는 불법사채업도 했다. 현지 경찰의 공조 수사를 통해 지난 4월 검거되기까지 28개월 동안 남부럽지 않게 살았다는 얘기다. 한인타운에서 그와 알고 지냈다는 교민들은 “돈을 잘 쓰는 친구였다”고 그를 기억했다.

◆ 국제마피아파 고위 간부와 조직원

김형진이 당국 경찰의 수사망을 피해, 그것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지낼 수 있었던 이유는 뭘까. 여기서 등장하는 인물이 이준석 코마트레이드 대표다. 김형진은 경기도 성남 최대 조직폭력집단인 ‘국제마피아파’의 조직원이었다. 그리고 이준석은 국제마피아파의 고위 간부였다.

코마트레이드는 성남에 기반을 두고 있는 무역회사이자 샤오미의 전 공식 총판이다. 이 회사의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5년 8월 설립됐으며, 2016년 3월 샤오미와 총판을 맺고 샤오미의 가전을 국내로 들여와 판매했다. 당시 샤오미와 국내 총판 계약을 맺은 곳은 코마트레이드와 여우미 단 두 곳 뿐이라 큰 관심을 받았다.

하지만 지난해 고용노동부 성남지청이 이준석 대표에 대해 코마트레이드 직원들의 임금 체불 건으로 조사를 진행하면서 잡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이 대표는 중국 청도 등에 사무실을 두고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를 운영하며 140억원을 탈세한 혐의(불법 도박 사이트 개설 및 외환 관리법 위반 등)로 지난해 말 검찰에 붙잡혀 경기 의왕 구치소에 구속됐다.

사진은 기사 내용과 관련 없음. 사진=연합뉴스

그알에 출연한 제보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조폭 출신이다. 한 제보자는 “깡패가 TV에 나와 놀랐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이 대표는 2016년 8월 한 방송에 출연해 경제인으로 소개된 바 있다. 다른 제보자도 “이준석 대표는 언론에 나오는 것과 달리 성남 국제파의 주요 인물”이라고 거론했다. ‘코마’라는 단어가 국제마피아에서 따온 것이라는 제보도 나왔다.

그알이 제기한 이 대표와 김형진의 연결고리는 태국에만 3개의 지사가 있었던 ‘KTM커뮤니케이션’이라는 회사다. 제보자에 따르면 KTM커뮤니케이션은 재무 상태가 이상했다. 매달 1억씩 적자가 나는 상황에서 매달 한국에서 지원금 명목으로 돈이 들어왔다는 것. 그런 와중에 태국 푸켓에서 불법 도박 사이트를 운영하던 한국인 8명이 현지 경찰에 붙잡혔고, KTM커뮤니케이션은 8명의 변호사 선임 비용과 보석금을 지원해주는 등 상식 이하의 행보를 보였다. KTM커뮤니케이션의 대표는 코마트레이드 이 대표였다. 이 대표는 김형진의 선배로 김형진은 이 대표로 인해 불법도박사이트를 운영하게 됐다는 것이 지인들의 증언이다.

◆ 은수미 운전기사 급여 코마트레이드에서…

이 대표의 실체에 대해 다가가던 그알의 초점은 은수미 현 성남시장으로 향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이 오랜기간 이 대표의 후원을 받았다는 증언이 쏟아진 것.

A씨는 방송에서 2016년 6월부터 약 1년간 은수미 당시 의원의 차를 운전했다며 “코마트레이드 본부장 B씨에게 일자리를 제안받았고, 급여는 코마트레이드에서 준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에 B씨는 “이 대표가 은수미 의원을 좋아했다. 노동에 대한 관심이 많았다. 은수미 의원이 노동 쪽을 이렇게 하다보니 이 대표가 저에게 운전할 만한 사람을 알아봐달라고 해서 알아봐줬다”고 말했다.

은수미 성남시장의 출판기념회 행사에 코마트레이드 직원들이 참여했다는 증언도 나왔다. 이 대표와 함께 구속됐던 노모 씨는 조직폭력배 출신으로 은수미 성남시장 측근의 동생이었다는 얘기도 있었다.

20대 지방선거 당시 은수미 성남시장 후보는 코마트레이드 대표와의 유착관계에 대한 의혹이 일자 “저를 둘러싼 정치적 음해와 모략에 대해서는 법적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은수미 성남시장은 방송을 통해서도 선거기간에 해명했던 내용 이외에는 더 이상 밝힐 것이 없다고 말했다.

◆ 조폭 변호한 건 맞지만…

그알의 화살은 이재명 경기도지사로 향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조폭 연루 의혹은 11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지사가 2007년 인권변호사로 일하던 시절 국제마피아파 61명이 검거된 사건에서 2명의 피고인에 대한 변론을 맡은 것. 이후 조직원 출신들이 이 지사를 비롯한 정치인들의 선거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알은 또 이 대표의 코마트레이드가 자격 요건에 미달했음에도 이 지사가 성남시장을 재임하던 시절 성남시로부터 우수 종소기업에 선정된 점도 의혹의 근거로 제시했다. 여기에 이 지사가 자신의 SNS에 코마트레이드에 대해 언급한 바 있고, 그가 구단주로 있는 성남FC와 코마트레이드가 후원 협약을 체결했다는 내용도 전파를 탔다.

이준석의 코마트레이드 지원한 성남, 당시 시장 이재명
이 지사 방송 전 SNS 통해 조목조목 반박
“조작 몇 개 짜깁기 해 조폭정치인 만들고 있다”

이 지사는 방송 전 자신의 SNS를 통해 장문의 글을 올려 의혹들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이 지사는 ‘나에게 한 문장만 달라. 그러면 누구든 범죄자로 만들 수 있다’는 괴벨스의 말을 인용하며 “고구마밭이라도 감자만 보여주면 감자밭으로 생각한다. 이재명의 잘게 찢어진 사진 몇 조각을 조금의 왜곡설명을 붙여 짜깁기하면 얼마든지 프랑켄슈타인을 만들 수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괴벨스는 히틀러 세력 확장에 크게 기여한 나치 독일의 선전장관이다.

이 지사는 국제마피아파 조직원의 변론을 맡았다는 것에 대해 “두 명의 가족이 이재명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와 ‘조폭이 아닌데 억울하게 구속됐다’며 무죄변론을 요청해 김모 변호사와 사무장이 상담해 300만원씩을 받고 수임했다”며 “이 사건은 20년간 수천의 수임사건 중 하나일 뿐이고, 수임료가 소액이며 무죄변론 사건이었다는 점은 무시하고 오로지 ‘인권변호사가 조폭사건을 수임했다’는 점만 부각했다”고 주장했다.

코마트레이드 이 대표와 관련해서는 “이 씨가 만든 코마트레이드는 성남시 노인요양시설에 공기청정기 100대(5700만원)를 기부하겠다고 해 통례에 따라 성남시는 후원협약을 하고, 이 씨와 인증샷을 찍은 후 트윗으로 기부에 대한 감사인사를 공개적으로 홍보했다”며 “이후 성남프로축구단에 수천만원 경품을 후원하고, 장기연체 서민 채무자 빚탕감프로젝트인 주빌리은행에 1골당 100원씩 800만원을 후원했다는 점은 은폐됐다”고 반박했다.

◆ “알았다면, 인증샷 올렸겠나”

이어 “그가 조폭인 줄 알았다면 개인 SNS에 인증사진까지 찍어 홍보해 주지는 않았을 것이 상식이므로 인증샷 홍보는 조폭인 줄 몰랐다는 근거임에도 오히려 이를 조폭연루 근거로 주장했다”고 덧붙였다.

이 지사는 거대기득권의 ‘이재명죽이기’가 종북 패륜 불륜몰이에 이어 조폭몰이로 치닫고 있다며, 수많은 정치인 중 이재명을 골라 이재명과 관련된 수십년 간의 수만가지 조작들 중에 몇 개를 짜깁기해 조폭정치인으로 만들고 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 지사는 “꼼짝없이 조폭으로 몰릴 것 같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과 사필귀정을 믿는다”며 “동지 여러분의 도움이 다시 절실해지고 있다. 포기하지 않겠다. 함께 싸워 주길 바란다”고 말문을 맺었다.

이 지사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25일 기자회견문을 통해 “지난 선거부터 최근까지 저를 향한 음해성 ‘조폭몰이’가 쏟아지고 있다”며 “조폭과 각종 권력 사이의 유착관계를 밝히기 위해 정식으로 검찰 수사를 요구한다”고 밝혔다. 이어 “수사에 성실하게 응할 것이며 조폭 사이에 유착이나 이권개입이 있었다면 이에 상응하는 책임을 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지사는 그알 측을 고소 고발하지는 않았다. 반론 및 의견 요청서를 보내는 것으로 대신했다. 이날 밤 이 지사는 자신의 트위터에 “SBS 측에 30일까지 사실과 다른 방송을 하게 된 경위와 이후의 조치 등에 대한 의견을 보내달라고 요청했다”며 요청서 전문을 공개했다.

◆ 시사프로인가 픽션 영화인가

요청서 전문에는 그알이 이 지사가 국제마피아파와 국제마피아파의 주요 조직원이 설립한 코마트페이드와 유착관계로 성남시장 재직 시설 특혜를 줬다는 취지의 방송을 했고, 조금만 주의를 기울여 사실관계를 조사하면 금방 알 수 있는 사실들을 누락 혹은 왜곡하거나 명백히 사실에 반하는 내용을 보도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SBS '그것이 알고 싶다' 방송 갈무리

이날 이 지사는 한 인터넷신문 발행인이 쓴 ‘SBS 그것이 알고 싶다 웃기는 카메라 워킹’이라는 글을 공유하기도 했다.

이 발행인은 같은 장소에서 한 번은 PD가 서류를 들고 있는 채로, 한 번은 이 지사의 선거 포스터를 들고 있는 모습으로 촬영을 했다며 “촬영 카메라는 고정인 상태로, 기자가 배우처럼 ‘레디 큐!’에 맞춰 한번은 서류를 들고 또 한번은 포스터를 들고 찍었다. 한 손으로 전화를 들고 통화하면서 서류와 포스터를 바꿀 수는 없으니 여러 신(Scene)으로 나눠 찍었다. 통화음은 삽입·편집해 만든 영상”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탐사보도라기보다는 한편의 픽션 영화를 찍으셨다”고 비꼬았다. 실제로 21일 방송에서는 PD가 같은 장소에서 다른 서류를 들고 이 지사와 통화하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드라마나 영화였다면 속칭 ‘옥의 티’라고 볼 수 있는 장면이었다.

‘그것이 알고 싶다’ 조폭 연루설 제기…후속 보도 예고

그알은 후속 보도를 예고했다. 그알 PD는 한 매체를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만 확보되면 제보를 바탕으로 후속보도를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지사가 대응에 나서고, 그알 역시 멈추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이번 사건은 ‘의혹’이 ‘진실’이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방송은 PD의 말처럼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증거’가 없었고, 결국 의혹 제기에 그쳤다. 아쉬운 점이다. 그러나 파장은 컸다. 영화 <아수라>가 직접 언급됐고, 누리꾼들은 <아수라>속 인물 박성배(황정민)가 가상 도시 ‘안남’ 시장으로 등장하는 것과 장례식 장면에 등장하는 ‘경원대학교’(성남에 위치한 가천대학교의 전신), ‘민주연합’ ‘인권’ 등의 키워드에 주목, 박성배가 이재명 지사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는 추측을 내놓기도 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사이트에는 이 지사와 조폭 간 유착 의혹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이 지사를 파면해 달라는 내용의 국민청원이 400건을 넘어섰다. 특히 ‘불법폭력조직 코마트레이드와 연루된 성남시장 은수미와 경기도지사 이재명 즉각 사퇴하라’는 청원은 27일 오후 1시 현재 11만7300명이 넘는 인원이 동의한 상태다.

바른미래당은 공직선거법 위반(허위사실공표) 및 명예훼손 혐의로 이 지사를 검찰에 고발했고, 김성태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특검이라도 해야할 지경”이라며 날을 세웠다.

의혹과 반박, 그리고 재반박이 이어지고 있는 진흙탕 싸움 속에 이제 진실은 수사 당국의 숙제로 남겨지게 됐다.

파이낸셜투데이 한종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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