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억㎡ 물 한꺼번에…6600여명 이상 이재민 발생
붕괴 원인 불분명, “자연재해냐 부실공사냐 핵심 쟁점”

사진은 붕괴된 라오스 보조댐 아래 인근 마을주민들이 가옥 지붕에 대피해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라오스의 한 수력발전댐 보조댐이 무너져 수천명의 이재민이 발생한 가운데 사고 원인 규명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사고가 난 세피안·세남노이 댐은 지난 2012년 3월 SK건설이 한국서부발전과 현지기업, 태국전력회사 등과 합작법인을 설립해 수주권을 따낸 사업이다. 공사비는 7억1600만달러, 총 공사비는 10억달러 수준이다.

국내 기업이 라오스에서 수행한 최초 수익형 민간투자사업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현재 공정률은 92%를 넘어섰으며 내년 2월부터 상업운전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24일 라오스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간) 오후 8시쯤 라오스 남동부 아타프 주에서 세피안·세남노이 수력발전댐의 보조댐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곳 댐이 무너지면서 50억㎡의 물이 한꺼번에 쏟아져 인근 마을 6곳을 덮친 것으로 알려졌다. 쏟아진 물의 양은 국제 규격 수영장 200만개 규모에 이른다.

재난당국은 이 사고로 다수의 사망자와 수백명의 실종자가 발생했으며 현재까지 집계되는 피해 규모는 1300가구·약 6600여명 등이라고 밝혔다. 아직 정확한 피해 집계는 나오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라오스 정부는 피해 지역을 긴급재난지역으로 선포하고 군인과 경찰, 소방대원 등을 총동원해 구조 및 수색작업을 펼치고 있다.

시공을 맡은 SK건설도 대응에 나섰다. SK건설은 서울 본사에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리고 구조 활동 지원에 나섰다. 안재현 사장과 해당 사업 담당 관계자들은 라오스 현지로 출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참사의 원인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SK건설이 댐 시공 전체를 담당한 만큼 자연재해인지, 부실시공에 따른 인재인지가 향후 핵심 쟁점으로 부각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시공사 귀책 여부에 따라 향후 아시아 시장 내 국내 건설업계 수주 기회가 줄어들거나 국가 신인도 하락 등 악재가 잇따를 수 있기 때문이다.

SK건설은 해당 지역에 며칠째 이어진 기록적인 폭우로 본댐 2개(세피안·세남노이)에 딸린 보조댐 5개 중 1개가 유실되면서 이 같은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반면 현지 언론 등은 이미 사고 하루 전날인 22일 보조댐 일부에 균열이 발견돼 대피령이 내려졌던 만큼 예고된 참사였다는 입장도 상당하다.

일부 전문가들은 라오스 정부의 무리한 수력발전소 건설 사업 추진과 SK건설이 공사기간을 기존보다 4개월가량 단축한 것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을 수 있다고 분석한다.

라오스 정부는 풍부한 강수량 등 자연환경을 활용해 수력발전소를 짓고 인근 국가에 전기를 수출하는 ‘동남아 배터리’ 계획을 추진 중이다. 이번에 붕괴된 댐 역시 해당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된 것이다. 지반 침식 및 생태계 훼손 등 우려가 꾸준히 제기됐음에도 라오스 정부가 이를 무시하고 난개발에 뛰어들었다는 지적이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이와 관련해 SK건설 측과 수차례 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아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우리 정부는 라오스 댐 붕괴사고와 관련해 “긴급 구호대를 파견하는 등 정부 차원의 강력한 구호 대책을 마련하라”며 “댐 사고의 원인이 무엇인지 알아보는 상황이지만 우리 기업이 댐 건설에 참여하는 만큼 우리 정부도 지체 없이 현지 구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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