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 막으러 왔더니 여전히 ‘빵빵’ 터져?

[파이낸셜투데이=황병준 기자]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이 연일 지속되는 잡음으로 바람 잘 날이 없다. 정전으로 인한 사상 초유의 원전 가동중단에 이은 사고은폐 이어 끊임없이 터져 나오는 원전 납품비리에 김종신 사장이 사의를 표하고 물러났다.

김 사장의 뒤를 이어 신임 김균섭 사장이 취임했지만 비리사건은 좀처럼 수그러들고 있지 않다. 또한 한수원의 비리를 적발하고 벌주고 감시해야하는 감사실까지 비리사건에 얼룩지면서 감사시스템에 구멍이 생겼다는 지적이다.

일련의 비리사건으로 비리공화국이라는 오명을 쓰고 있는 한수원의 최근 비리사건을 <파이낸셜투데이>가 살펴봤다.

김균섭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이 취임하자마자 인사파행이라는 암초에 부딪쳐 뒷말이 무성하다. 김 사장은 지난달 11일 취임 후 다음날인 12일 노조간부들과 만나 직원들 사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15년 이상 기술직’사원 강제 이동에 대해 “충분히 검토한 후 결정하겠다”고 유예 입장을 밝혔던 것으로 전해졌다.

노조는 이 자리에서 원전의 특수성을 고려해 원칙 없는 인사이동은 안정성에 심각한 문제를 줄 수 있고 전력 대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 강제 이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제시했다.

하지만 회의가 열린 다음날 한수원은 전격적으로 인사이동이 단행됐다. 이를 두고 일부에서는 ‘원전의 특수성을 무시한 처사’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발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같은 기종의 발전기라도 숙달정도에 따라 발전용량을 조절하기는 쉬운 일이 아니다”라며 “아무 준비 없이 숙달된 인원을 수백 명씩 이동시킨 것은 전력수급에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고 직원 이동에 우려를 표시했다.

원전특수 무시한 인사이동

김 사장은 지식경제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국장 출신으로 에너지관리공단 이사장, 신성솔라에너지 부회장 등을 거친 에너지 전문가로 평가받지만 정작 원전과는 관계된 일을 하지 않아 원전에는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김 사장이 이같이 고참급 기술직 사원들에 대해 인사를 결정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그동안 끊이질 않고 발생돼 왔던 납품비리 등 고질적인 비리가 만연했기 때문이다.

한수원은 최근 납품비리 등 끊임없는 비리에 멍들고 있다. 원전 납품비리를 수사 중인 울산지검 특수부는 지난달 한수원 본사 1급 관리처장인 김모씨에 대해 뇌물수수 혐의로 구속했다. 더욱이 김모씨는 최근까지 비리를 감찰해야하는 감사실장 출신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김모씨는 지난 2~3년 동안 납품업체 대표로부터 협력업체 등록과 납품 계약과 관련해 업체들의 편의를 봐주는 등의 대가로 금품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문제는 한수원의 내부비리를 감사해야하는 감사실장이 비리에 연류 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은 더해지고 있다. 바로 한수원 감시시스템에 큰 구멍이 뚫렸다는 것이다. 비리를 감찰해야 하는 위치에서 비리에 연류 됐기 때문이다. 또한 김 처장은 지금까지 납품비리로 구속된 직원중 최고위직이다.

검찰은 그동안 본사의 고위급 간부 일부가 이미 구속된 원전 로비스트 윤모 씨의 로비대상이었을 것으로 보도 납품비리와 인사청탁 비리 의혹에 대해 계속 수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의 구속으로 한수원 납품비리 사건 수사는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김 처장이 감사실장을 엮임하고 있었던 점을 미뤄 비리가 윗선으로까지 연류 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시사하는 점이다.

비리 전염병 걸렸나

이뿐만이 아니다. 납품비리는 고리원전1발전소에서도 발생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달 28일 부산지검 동부지청은 협력업체로부터 금품을 받고 해당 업체에게 유리하게 평가항목을 만들어 공정한 입찰을 방해한 혐의(뇌물수수·입찰방해)로 이모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구속된 이씨는 지난 2011년 5월 한국수력원자력 터빈밸브작동기 입찰과정에서 협력업체 H사로부터 3,000만원을 받고 평가항목을 H사에 유리하게 만든 혐의를 받고 있다. 이씨의 도움으로 H사는 한수원에 터빈밸브작동기 12대(68억원)을 공급 계약했다. 검찰은 이씨의 차명계좌에서 H사가 제공한 3,000만원을 발견하고 지난 20일 이씨를 체포했다.

감시시스템의 부재 논란에 대해서 한수원 관계자는 “개인적인 비리사건을 회사에서 막기가 불가능하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놨다. 감사실 존재의 이유가 의문시되는 대목이다.

이와 관련, 업계의 한 관계자는 “한수원 같은 고급 인력 조직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다면 감사실이 왜 필요하게는 가”라며 “감사시스템이 작동되지 않는 다면 비리와 부실을 막을 수 있겠는 가, 준공무원 신분이라고 할 수 있는 한수원의 이번 비리사건은 크게 전력시스템의 부실을 가져 올 수 있기 때문에 심각하다고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위, 재가동 결론 내려

최근 안정성에 문제를 일으킨 고리 원전에 대해 지난 4일 원자력안전위원회는 고리 원전 1호에 대해 재가동 적격판단을 내려 또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안전위 산하 규제기술 전문기관인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과 외부전문가로 구성된 전력계통 특별전검위원회의 점검 결과를 종합해서 결정했다.

안전위는 정전사고의 직접적 원인인 비상시 전력공급설비와 원자로 압력용기, 납품비리에 관련된 부품, 장기 가동에 따른 성능 등을 확인한 결과 재가동에 문제가 없다는 결론이다.

하지만 이에 대해 지역주민과 시민단체가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섰다.이들은 원전에서 가장 중요한 원자로 용기의 건정성 평가시 주민 참여가 없었으며, 미국과 프랑스 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점검을 받자는 요구가 묵살되는 등 안전위의 결과를 믿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시민단체 관계자는 “안전위 안전점검 결과는 신뢰할 수 없다”며 “원자로 용기의 건전성 평가시에도 주민 참여가 없었다”며 가동을 적극 반대했다.

또 이 관계자는 “그동안 고질적인 비리의 부패로 얼룩진 한수원을 믿을 수 없다”고 성토했다.

지식경제부와 한수원은 안전위 승인에 따라 법적으로 고리 1호기를 즉시 재가동할 수 있지만, 주민 우려와 여론을 고려해 재가동의 당위성을 충분히 알리고 운행시기를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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