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합병, 순환출자지분 재단 재산으로 매입
이재용 경영 승계 지원, 공익재단 활용 의혹

서울 삼성 서초사옥 입구. 사진=연합뉴스

대기업이 이윤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는 취지로 설립한 공익재단이 재벌들의 편법적 지배력 유지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그간 대기업이 세운 공익재단이 설립 취지와 다르게 그룹 총수일가의 사익편취 수단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비판에 따라 대기업집단 소속 공익법인 운영실태를 조사했다.

그 결과 대기업은 공익재단을 통해 사회 공익증진에 기여하고 있으나 이면에서는 총수일가의 지배력 확대 및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재계 1위인 삼성그룹 역시 그룹 총수의 지배력 유지와 경영권 승계 등을 위해 소속 공익재단인 삼성생명공익재단(이하 삼성생명재단)을 동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삼성생명재단은 지난 1982년 설립됐다. 당시 동방사회복지재단으로 출범한 재단은 1991년 지금과 같이 재단 명칭을 변경하고 삼성서울병원, 삼성노블카운티, 삼성어린이집, 삼성아동교육문화센터 등을 운영 중이다.

지난해 말 기준 이곳 재단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그룹 계열사 지분은 △삼성생명보험(2.18%·436만주) △삼성물산(1.05%·200만주) △미라콤아이앤씨(0.15%·8804주) △에스코어(0.14%·3만6939주) 등이다.

이 중 삼성물산 주식 200만주(3060억원 규모)은 지난 2016년 2월 삼성SDI가 내놓은 주식 500만주 중 일부를 사들인 것이다. 당시 삼성SDI는 그룹 계열사인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과정에서 발생한 순환출자를 해소하기 위해 이를 시장에 내놨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해당 주식 중 130만5000주(2000억원)를 사들였다. 문제는 이 부회장이 삼성생명재단 이사장이라는 점이다. 시장에 내놓은 주식 169만5000주(2500억원)를 제외한 나머지 330만5000주는 사실상 이 부회장의 소유나 다름없다.

그 당시 업계에서는 재단이 삼성물산 지분을 매입하면서 이 부회장의 실질적인 그룹 내 지분은 16.5%에서 17.2%까지 늘어났다고 분석했다.

삼성생명재단이 그룹 지배력을 유지하는데 동원된다는 의혹을 받는 데는 목적사업비 규모가 현저하게 적다는 점도 작용한다.

공정위 자료에 따르면 2016년 말 공시 기준 삼성생명재단의 총 지출액은 1조3175억원, 총 기부금은 1306억4087만원 상당이다. 또한 수익사업지출은 1조2989억원 규모에 이르는 반면 재단의 목적사업비는 124억5603만원으로 전체 지출의 1%에 못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이유로 공정위는 공공의 목적을 위해 활용해야 할 삼성생명재단이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이용됐다고 판단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삼성생명재단 측에 관련 내용을 문의했지만 이에 대한 답변을 들을 수 없었다.

한편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 5월 삼성생명재단 이사회를 통해 재단 이사장직을 연임하게 됐다. 일각에서는 이 부회장 이사장 연임 의결은 결국 그룹 내에서 그의 지배체제를 더욱 굳히는 발판이 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한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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