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억 투자, 문화예술공간 취지 무색
서울시·종로구 부지 소유권 다툼…“정상화 위해 협의”

돈의문 박물관 마을 전경. 사진=김한소 기자

지난 2014년부터 조성되기 시작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이하 박물관 마을)이 시민들은 물론 지역 상인들에게도 외면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돈의문 박물관 마을은 서울 종로구 신문로 2가 일대 돈의문뉴타운 조성이 시작되면서 개발이 이뤄졌다. 기존 새문안동네로 불렸던 이곳은 1930년대부터 들어선 다양한 양식의 한옥과 목조주택 등 독특한 형태의 집들이 밀집된 곳이었다.

돈의문1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조합은 해당 부지를 주민들을 위한 근린공원 조성을 위해 종로구에 기부채납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새문안마을의 역사적 가치를 보존하기 위해 근린공원이 아닌 박물관 마을을 만들기로 했다.

서울주택도시공사(이하 SH공사)는 340억원 가량의 예산을 투입해 일부 건축물을 철거, 리모델링해 박물관 마을을 마련했다. 향후 박물관 마을에는 건축박물관, 문화예술 전시 공간, 공방, 체험관, 유스호스텔 등이 들어선다. 마을은 내년 12월쯤 온전히 모습을 갖출 예정이다.

지난해 10월 서울시는 박물관 마을에서 서울도시건축비엔날레를 개최하고 관련 전시 공간으로 첫선을 보인 바 있다. 행사가 끝난 뒤 8개월여 가량 시간이 흘렀지만 당초 취지가 무색하게 박물관 마을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뚝 끊긴 모습이다.

사진=김한소 기자

박물관 마을 인근에서 십여년째 식당을 운영하는 A씨는 “새문안동네 골목골목에는 식당들이 많아서 인근 직장인들은 물론이고 멀리서 찾아오는 사람들도 꽤 있었다”며 “오랫동안 장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서울시가 개발한다고 나서면서 반대 시위가 끊이지 않았다”고 말했다.

A씨는 “당시에는 가까운 곳에 있는 가게들까지 피해를 볼까 싶어서 일대가 바짝 긴장했었는데 막상 오가는 사람도 없고 아무도 찾지 않으니까 이제는 신경도 안 쓴다”고 덧붙였다.

이어 “오히려 관광객들이 많이 오면 인근 상권도 살아나지 않을까 내심 기대했는데 오산이었다”며 “아직은 완공 전이라 그렇다고 하지만 나중에도 분위기가 크게 달라지거나 매출에 영향을 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파이낸셜투데이는 직접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찾았다. 줄지어 있는 한옥 입구에는 각종 프로그램이 안내돼 있었지만 직접 체험해볼 수 있는 곳은 없었다. 프로그램이 끝난 곳은 입구에 각종 소품이 어지럽게 쌓여 있거나 내부 출입을 할 수 없도록 자물쇠가 채워져 있기도 했다.

박물관 마을에는 전시 공간을 꾸미는 등 관계자 몇 명만 상주할 뿐 관광객들의 모습을 찾아보기는 힘들었다. 이곳을 찾은 B씨는 “과거 새문안동네가 가지고 있던 독특한 분위기나 정겨움 같은 것들이 모두 사라졌다”고 아쉬워했다.

일부에서는 이처럼 박물관 마을이 방치되는 데는 서울시와 종로구의 부지 소유권 갈등이 한몫했다고 지적했다.

앞서 서울시는 박물관 마을 조성을 위해 도시재생계획에 따라 공원을 문화시설로 용도 변경했다. SH공사가 예산을 투입해서 박물관 마을을 조성한 만큼 서울시는 마을 부지와 내부 건물 소유, 운영권 등이 모두 시에 귀속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프로그램이 끝난 한옥 건물은 입구에 각종 소품이 어지럽게 쌓여 있거나 내부 출입을 할 수 없도록 자물쇠가 채워져 있었다. 사진=김한소 기자

반면 종로구는 뉴타운 개발사업의 일환으로 기부채납 받은 부지인 만큼 부지 소유권과 조성된 건물의 일부 운영권을 자치구가 가져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같은 갈등으로 토지 및 건물 소유가 불분명해지면서 건물 임대계약이 차질이 빚어진 셈이다.

이와 관련해 이상무 종로구 도시개발과 도시관리팀 주무관은 “서울시와 의견이 충돌되는 부분도 있지만 이미 조성된 돈의문 박물관 마을을 잘 꾸려나가자는 데는 이견이 없다”며 “현재로선 마무리 단계에 들어가야 박물관 마을 운영 등 세부적인 것에 대해 가닥이 잡힐 것 같다”고 조심스러워했다.

이규희 서울시 도시재생본부 주거사업과 팀장은 “너무 서울시와 자치구의 소유권 다툼으로 비쳐서 답답한 부분이 있다”며 “부지 소유권 문제가 해결되기 전이라도 박물관 마을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제 기능을 할 수 있도록 구청과 원만하게 해결하려고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건물을 헐고 새로 지으면 임대료가 오를 수밖에 없고 문화시설인 경우에는 입점할 수 있는 업종이 제한될 수 있다”며 “이런 개발사업이 되레 지역을 살리는 게 아니라 오히려 젠트리피케이션을 야기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기존에 가지고 있던 분위기나 상권 등을 유지하면서 개조를 하는 방향으로 신경 써야 한다”고 제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한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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