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설비가 고도화함에 따라 국내 학력별 임금 격차가 줄었다는 분석이 나왔다.

반면 반복적인 업무를 하는 정형직 근로자와 관리자, 전문가, 간병인, 미용사 등 반복적인 업무를 하지 않는 비정형직 근로자 사이의 임금 격차는 더욱 벌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17일 김남주 한국은행 거시경제연구실 부연구위원은 BOK경제연구 ‘설비자본재 기술진보가 근로유형별 임금 및 고용에 미치는 영향’에서 “설비자본재 기술 진보로 숙련/미숙련 근로자 임금 비율이 하락했다”고 밝혔다.

김 부연구위원은 학력(숙련도)에 따라 대학 졸업자 이상은 숙련 근로자로, 고등학교 졸업 이하는 미숙련 근로자로 분류하고 1980년∼2017년 근로실태조사, 최종재자본지수 등을 바탕으로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얻었다.

숙련 근로자 임금이 미숙련보다 높다는 점을 고려하면 숙련 근로자와 미숙련 근로자의 임금 비율 하락은 학력별 임금 격차 축소를 의미한다.

이는 기능적 공정까지 수행할 수 있도록 정밀화·자동화했기 때문으로 국내 설비 자본이 단순히 일손을 대체하는 것을 넘어선 것이다.

경제 성장 초기엔 설비 자본은 단순 기능 공정만 했기 때문에 미숙련 근로자를 많이 대체했지만 기술이 점차 발달하면서 복잡한 공정도 설비로 할 수 있게 돼 숙련 근로자를 많이 대체하게 됐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숙련 근로자 노동 수요와 임금이 상대적으로 더 많이 감소하며 숙련/미숙련 임금 비율이 줄어들었다는 설명이다.

직무 특성별로 보면 설비 자본은 정형직보다 비정형직 근로자를 상대적으로 더 대체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형직은 반복적인 생산 방식을 쓰거나 정형화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 사무행정원, 생산공, 기능공, 조작공 등이 해당하고, 비정형직은 생산 방식이 사전에 정해져 있지 않아 상황에 맞는 대응이 필요한 업무를 수행하는 근로자로 관리자, 전문가, 간병인, 미용사·이발사·장례업자 등 개인서비스원을 뜻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설비 자본이 복잡한 노동을 할 수 있을 정도로 신기능을 탑재함에 따라 정형직 근로자보다 비정형직 근로자를 더 많이 대체하는 경향이 강해졌다.

이에 따라 비정형직 근로자의 노동수요, 임금의 경우 정형직보다 더 크게 깎이면서 정형직/비정형직 임금비율이 상승했으며, 정형직/비정형직 임금비율 상승은 임금 격차 확대를 의미한다.

다만 설비 성능 향상은 숙련·미숙련, 정형·비정형 근로자 간 고용(근로시간) 비율 변화에는 유의한 변화를 주지 못해 국내 기술 진보가 일자리 자체를 대체하는 대신 임금을 조정하는 형태로 나타났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노동조합 등 문제로 사업주들의 고용 조정이 쉽지 않아 임금조정으로 대응한 것으로 추측된다”고 설명했다.

또 기술 진보가 노동시장의 임금 격차를 설명하는 요인으로 부각했다는 데 연구의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이번 보고서는 기존 설비의 기능 향상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최근 인공지능(AI) 등과 같은 새로운 기술 진보, 신기술 등장에 해당하는 설명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현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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