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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16일 “재벌개혁 기조가 다소 약화됐다는 지적이 있지만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최저임금 인상에 따른 ‘을 보호 법제도 개선’과 관련해서는 “현실 거래 관행으로 이어져 갑과 을의 성공 사례를 만들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홍보하겠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17일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과 올 하반기 추진하는 가맹사업법 개정 방향을 설명하는 자리에서 이렇게 말했다.

개정 하도급법은 최저임금 인상 등으로 중소 하도급업체의 인건비 부담이 늘어나면 납품대금 증액을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근거 등을 담았으며, 아울러 가맹사업법 개정을 통해 가맹점주 단체 신고제를 도입하는 등 협상력을 높여 최저임금 상승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김 위원장은 “법 제도 개선 결과가 종이 위에서만 남아서는 안 된다”며 “현실 거래 관행과 문화 개선으로 이어지기 위해 중소벤처기업부와 중소기업중앙회와 함께 ‘을’들이 권리를 제대로 행사할 수 있도록 홍보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을의 권리 행사뿐만 아니라 ‘갑’과 같은 원사업자나 가맹본부도 적극적으로 제도 취지에 맞춰 성공 사례를 만들어 거래 관행이 정상화돼야 최저임금 인상 논란 등이 잦아들고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당부했다.

그는 최근 재벌개혁 기조가 약화한 것이 아니라는 입장도 확인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만났다거나 백운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이 산업정책 수장으로서 재계 관계자와 협의하는 것은 각각의 업무 영역이 있으므로 당연한 일”이라며 “소득주도 성장·혁신성장·공정경제 세 개의 톱니바퀴가 같은 속도로 맞물려 돌아가야지만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이 성공할 수 있다”고 재차 강조했다.

그러면서 “공정경제만으로는 정책 목표를 달성할 수 없다”며 “기조의 변화로 이해하지 말고 개문발차한 현 정부가 이 세 축의 합리적 조율 과정을 완성하는 과정으로 이해해줬으면 좋겠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과 관련해서는 “국민 삶의 질을 위해 매우 중요한 정책수단이지만 그것만으로는 정부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쉽지 않다는 점을 안다”며 “여러 사회복지 정책, 제대로 된 일자리를 만들어내기 위한 혁신 등 다른 정책수단이 유기적으로 결합할 때 소득주도 성장으로 소기의 성과를 낼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이 유기적인 결합을 위한 사회적 논의가 그동안 없었다는 점에서 ‘블랙박스’라는 비유를 들며 합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소득주도 성장을 위한 정책적 노력이 ‘시작’이고 우리가 원하는 경제 질서 확립이 ‘끝’이라면 시작과 끝 사이는 블랙박스로 남겨져 있다”며 “이제부터는 정부를 비롯한 이해 관계자가 블랙박스를 열어 예측하지 못한 변화에 어떻게 대응할지 논의해 세심한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공정거래법을 통해 프리랜서를 보호하는 방안도 지속해서 모색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김 위원장은 “보험설계사, 학습지 교사, 골프장캐디 등 4개 영역을 특고(특수고용노동자) 지침을 통해 공정거래 영역으로 포섭하려 노력했다”며 “하지만 노동시장의 급격한 구조 변화로 영화·방송·컴퓨터 소프트웨어·게임 개발 등에도 불공정거래 문제가 있어 공정거래법 적용 여지를 검토하는 연구용역을 이미 발주해 올해 안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공정거래법 전면 개편안 초안은 법무법인이나 언론 등 의견 수렴을 추가로 거쳐 예정보다 한 주 늦은 내달 초 발표하고, 입법안은 내달 중순 마련하겠다고 했다.

김 위원장은 개편안 중 대기업집단 부분과 관련해서 “공익법인, 일감 몰아주기, 지주회사 제도 등의 문제가 있지만 모든 부분을 법 제도 개선을 통해 급하게 갈 필요는 없다”며 “시장의 경쟁 압력, 정보 공개를 통한 이해 관계자의 압력, 당사자의 자발적 개선을 통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주회사제 촉진을 위해 기업에 주어졌던 세제혜택이 조만간 발표될 세법개정안에서 축소되느냐는 질문에는 “공정거래법이 개정돼야 할 부분, 세법이 개정돼야 할 부분, 두 법이 상호 정합적으로 작동해야 할 부분이 있다는 점에 기획재정부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상세한 내용은 기회가 되면 좀 더 자세히 말하겠다”고 말을 아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남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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