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선위, “삼바에피스 회계기준 변경은 금감원서 판단해 달라”
삼바사태 불법성 확정 후 삼성물산 합병 취소 소송 시달릴 듯

김용범 증권선물위원회 위원장이 12일 정부 서울청사 내 금융위원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공시누락을 ‘고의성’이 짙은 중대한 허위공시라고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삼성바이오로직스 허위공시 사태가 사실로 밝혀졌다.

12일 증권선물위원회(이하 증선위)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의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사에 부여한 주식매수청구권(콜옵션)에 대한 공시를 ‘고의로 누락’했다고 판단했다.

이날 김용범 증권선물위원장은 “오늘 마지막 회의 결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회계기준을 명백히 위반했다”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콜옵션 공시누락이 회계기준의 중대한 위반일 가능성을 인식하고도 고의로 누락한 것으로 판단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하여 기업가치를 부풀려 계산한 부분에 대해서는 금융감독원(이하 금감원)에 공을 넘겼다.

김용범 위원장은 “삼성바이오에피스이 관계회사 부당 변경에 대해 의원들 간 다각도로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지 못했다”며, “금감원이 이 부분에 대해 감리를 실시한 후 그 결과를 보고해 줄 것을 요청하기로 의결했다”고 말했다.

이 문제도 불법적 분식회계로 결론 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금융권의 중론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변경한 것에 대한 불법성 문제를 최초 제기한 곳은 금감원”이라며, “삼성바이오로직스의 행위가 불법이라고 문제를 제기한 금감원이 불법성 여부를 최종 판단하게 된 것으로 결론이 어떻게 나올지는 자명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증선위의 이번 결정에 따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승계 정당성에도 흠집이 났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콜옵션 공사누락과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관계회사 변경이 모두 불법으로 판단할 경우 2015년 7월 17일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도 불법이 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은 1대0.35였다. 삼성물산 100주와 제일모직 35주를 동일한 가치로 평가한 것이다.

당시 이같은 합병비율에 대해 삼성물산의 주주들은 격렬히 반대했다. 자산, 자본금, 매출, 순이익 규모 등 모든 면에서 삼성물산의 기업가치가 제일모직에 비해 월등한데도 불구하고 삼상물산의 기업가치를 제일모직보다 낮게 산정한 것이 잘못이라는 주장이다.

앞서 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은 이같은 합병비율을 ISD에 제소하면서 국제문제로 비화된 바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이재용 승계를 완성하기 위해 제일모직이 삼성생명을 흡수하는 방식의 합병을 고수했다.

2015년 당시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지분을 4.65% 확보한 대주주였다. 

또 이재용 부회장은 이재용 부회장이 제일모직의 지분 23.2%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였다. 제일모직이 삼성물산을 흡수하는 형식으로 양 사가 합병하면 제일모직의 개인 최대주주인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개인 최대주주가 되고 삼성물산을 통해 자신이 부회장으로 있는 삼성전자에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다.

실제 이번 합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의 지분 16.5%를 확보하여 개인 최대주주의 지위를 획득했다. 이 부회장은 이후 삼성물산 지분을 꾸준히 매집하여 현재는 17.23%의 지분을 획득한 상태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비율 1대0.35를 완성하기 위해 삼성물산의 기업가치를 줄이고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현저하게 높일 필요가 있었다. 이를 위해 사용된 방식이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기준 변경 방식이다.

2015년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자회사 바이오에피스에 대해 파트너사인 미국 바이오젠이 콜옵션을 행사할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이유를 들며 삼성바이오에피스를 자회사에서 관계회사로 전환했다.

또 삼성바이오에피스의 기업가치 평가 기준을 바꿨다. 우리나라 지분법은 자회사의 지분가치를 평가할 때는 액면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관계회사의 지분가치는 시장가격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 기준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가 보유한 삼성바이오에피스의 지분이 액면가 기준 3300억원에서 시장가치 기준 4조5000억원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기업가치도 덩달아 높아졌고 이는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지분을 보유한 제일모직의 기업가치를 부풀리는데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이와 관련 희망나눔주주연대 관계자는 “본래대로 하자면 합병비율은 삼성물산 35주 당 제일모직 100주가 돼야 했다”며, “이런 비율을 인정하게 되면 이재용 부회장의 지분이 크게 줄어들게 되어 사용한 방법이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금융권 관계자는 “삼성바이오로직스 문제가 분식회계로 최종 결론이 나면 그것을 근거로 엘리엇을 비롯해 옛 삼성물산 주주들의 소송이 잇따를 가능성이 크다”며, “삼성이 이번 사태를 심상치 않게 보는 이유”라고 말했다.

파이낸셜투데이 박현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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