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의 연기 고무 흄 ‘벤조에이피렌’ 자살위험률 4배
‘고무 흄’ 위험성 평가 배제로 은폐된 유기용제 중독 논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약 2년에 걸쳐 한국타이어 작업장 근로자 15명(자살1명)이 심근경색과 심장질환 등의 발병으로 집단 돌연사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때부터 타이어공장 작업환경이 근로자들의 직업병 문제로 대두됐다.

이후에도 한국타이어 작업장 근로자 46명이 자살 또는 교통사고, 원인 모를 질병 발병으로 사망하며 ‘죽음의 향연’을 이어나가고 있다.

현재까지 한국타이어가 밝힌 사망자 집계 결과에 따르면 사망한 근로자 수는 160명(1996년~2017년까지)에 이른다.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작업장 사망근로자들의 직업병 원인을 밝히기 위해 2008년과 2009년 2번의 역학조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실시한 역학조사에서 한국타이어 작업장에서 배출되는 ‘발암성 흡입농도’가 배제됐다.

당시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이 한국타이어 작업환경을 평가한 역학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타이어를 높은 고열에서 찔 때 발생하는 죽음의 연기 ‘고무 흄’은 발암성이 있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PAHs)로 7~8개 제품에서 발견됐다.

발암성이 있는 다핵방향족탄화수소는 제2의 가습기 살균제 물질이라 불리는 ‘벤조에이피렌(Benzo[a]pyrene)’으로, 뇌와 중추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1급 발암물질로 분류된다.

그러나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한국타이어 작업환경을 평가한 역학조사에서 ‘고무 흄’에 대한 발암성 평가를 배제한 채, 근로자들의 사망원인을 은폐했다. 사업자가 영업 비밀이란 이유에서 공개하지 않는 물질이기 때문에 발암성 평가를 배제한 것이다.

‘벤조에이피렌’은 검은색 형태의 발암물질로 주로 석탄 타르 속에 존재하며 초미세먼지를 날리는 자동차 배기가스와 담배 연기 등에 포함되며 여러 경로를 통해 발견되고 있다.

관련 연구보고 자료에 따르면 초미세먼지는 뇌와 신경계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쳐 우울증을 비롯한 돌발행동을 보이며, 초미세먼지에 오랜 시간 노출되면 자살위험률이 4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타이어는 천연고무와 합성고무를 섞은 후 각종 화학물질을 첨가해 만든다. 특히 탄성이 높은 합성고무 원자재를 녹이기 위해서는 시너나 솔벤트가 들어간 액체상태의 ‘유기용제’가 필요하다. 현재 한국타이어는 솔벤트와 같은 유기용제를 사용하고 있다.

유기용제에 들어가는 휘발성 유기화합물은 종류만 4000여 종이 넘는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앞서 2010년 허술한 화학물질 관리 체계로 인한 가습기 살균제 사태와 같은 논란이 일 것을 예견한 바 있다.

당시 국회 입법조사처는 “한국타이어 근로자 집단 돌연사와 삼성반도체 반올림 사건이 우리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대두될 것”이라며 “발암물질에 대한 허술한 관리체계를 바로 잡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보고했다.

또 입법조사처는 “고용노동부 법과 환경부의 법이 서로 달라서 부처 간 업무 공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사업자가 영업 비밀로 한 물질의 경우에는 어떤 경로를 통해 생활 속으로 흘러들어가는 지 알 수 없어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발암물질에 노출될 시 짧게는 10년에서 30년 사이 치명적인 질병을 유발한다”고 보고했다.

또 “반도체와 타이어 공장의 경우 암 발병의 원인을 밝히지 못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다”며 “2006년 이후 관리해야 할 화학물질 종류가 급격하게 늘어남에 따라 암 발병 사망자 수 또한 크게 늘었다”고 했다.

특히 입법조사처는 “발암물질의 관리체계가 허술한 관계로 공장에서 만들어지는 제품에 의해 2006년 한 해 전체 사망자 중 암으로 사망한 사람의 비율은 26%에 이른다”고 보고됐다.

파이낸셜투데이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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