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감 몰아주기 관행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부를 대물림하기 위한 재벌들의 ‘승계 공식’은 ▲출자나 신주배정을 통해 총수 일가가 최대 100%까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를 만든다 ▲이렇게 만들어진 계열사에 그룹 일감을 몰아주거나 알짜배기 사업을 맡기는 방식 등으로 계열사의 가치를 끌어올린다 ▲계열사의 가치가 극대화됐을 때 그룹 내 주력 계열사들과 분할·합병하면 승계와 함께 부의 대물림도 완성된다 등이다.

김상조 공정위 위원장은 취임 1주년 기념사에서 “일감 몰아주기 관행은 편법적 경영권 승계에 이용될 뿐 아니라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거래 생태계를 파괴한다는 점에서 반드시 근절돼야 한다”며 “공정거래위원회는 엄정한 법집행을 통해 관행이 더 이상 시장에서 용인되지 않는다는 점을 확고하게 인식시켜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관행을 끊어내기 위해 경영에 참여하는 대기업 오너일가들이 주력·핵심 계열사의 주식만 보유하고 나머지 계열사 지분들은 가능한 한 빨리 매각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위원장은 경영에 참여하지 않는 대기업 오너의 사촌과 육촌 등 친족들이 지분 매각을 하기 어렵다면 서둘러 계열분리를 하거나 독립법인을 만들라고 주문했다.

김 위원장은 일감 몰아주기 논란이 계속된다면 언젠가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와 제재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공정위가 일감몰아주기는 수혜자와 가담자 모두 형사고발을 원칙으로 세운 가운데 경제개혁연구소의 ‘대규모기업집단 이외의 그룹에 대한 일감몰아주기 등의 사례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녹십자홀딩스 그룹사 중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로 녹십자엠에스와 녹십자이엠이 등장한다.

녹십자홀딩스그룹은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셀, 녹십자엠에스, 녹십자램셀, 녹십자이엠, 녹십자헬스케어, 농업법인백팜, 녹십자웰빙, 녹십자지놈, 메디진바이오, 지씨웰페어, 녹십자메디스, 코리아하이테크 등 14 개의 국내계열회사와 다수의 해외계열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중 녹십자홀딩스, 녹십자, 녹십자엠에스, 녹십자랩셀,4 개사가 상장회사 이다. 국내계열회의 합산 자산총액은 2조4000억원 이다. 녹십자홀딩스그룹의 지배주주는 허일섭 회장이다.

녹십자엠에스는 지배주주등이 직접 28.57%를 보유하고 있으며 6년 평균 내부 거래 비중은 33.86%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이다. 또한 회사기회유용에도 해당된다.

녹십자 화순공장. 사진=연합뉴스

녹십자엠에스는 2003년 12월 29일 설립돼, 체외진단용의약품, 의료기기의약품 및 의약부외품 제조판매를 주요사업으로 하고 있다. 이후 2011년 1월 1일자에 녹십자의 진단시약 및 혈액백 영업부문을 인수했으며, 2014년 12월 코스닥시장에 상장됐다. 의약품 등의 제조 및 판매를 목적으로 하는 녹십자와 사업목적이 거의 동일하다.

녹십자엠에스는 녹십자홀딩스가 42.10%, 지배주주 등이 28.57%(허일섭 17.19%, 가족 8.07%, 임원 3.3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녹십자엠에스의 경우 2007~2010년까지 매출액 대부분은 녹십자에 대한 매출로 내부거래 비중은 97%에 달한다. 그러나 2011년부터는 녹십자에 대한 매출이 급감하고 대신 의료법인 녹십자재단에 대한 매출이 급증했다. 2015년 내부거래 비중은 19.02%이며 과거 6년 평균 33.86%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매출이다. 내부거래 비중이 급감한 2011년부터 5년간 내부거래 비중의 평균은 20.64%이다.

2015년 기준 매출액은 893억100만 원이며 이중 특수관계자 매출은 169억8900만원이다. 이외 녹십자에 대한 매출액이 4억3400만원이며 의료법인 녹십자의료재단에 대한 매출이 155억9800만원이 있다.

녹십자이엠은 녹십자홀딩스가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지배주주 등이 간접적으로 32.95%를 보유하고 있다. 6년 평균 내부거래비중은 64.78%로 일감몰아주기 수혜회사이다.

녹십자이엠은 2001년 설립된 회사로 제약·의료·화학기계 제조설비, 연구소시설 시공 및 제약·의료·화학기계 제조설비의 유지보수 업무를 하고 있다.

녹십자이엠의 경우 과거 6년간 내부거래비중 은 65%이며 상당부분은 녹십자에 대한 매출이다. 2015년 기준 매출액은 964억4200만 원이며 이중 특수관계자 매출이 776억1400만원에 이른다.

녹십자이엠에 대한 지배주주의 직간접 지분은 32.95%이며 녹십자에 대한 직간접지분은 19.06%이다.

녹십자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일감몰아주기와 관련해 회사의 공식적인 입장은 따로 정해진 건 없지만 내부거래비중을 계속 줄여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투데이 김호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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