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VO에는 싱글코어, 기본은 ‘듀얼코어’
카탈로그상 사양 관련 별도 고지 없어
전문가, “명백한 사기 행위”…손배 청구도 가능
사측, “기능상 차이 있기 때문에 다운 스펙 아냐”

기아자동차 K7. 사진=기아차

기아자동차 K7이 때 아닌 ‘옵션’ 속임수 논란에 휩싸였다. 돈을 더 지불해야 되는 옵션으로 제공하는 내비게이션이 기본으로 장착된 내비게이션보다 성능이 떨어지는 촌극이 발생한 것이다.일각에서는 별도의 설명 없이 성능이 떨어지는 내비게이션을 옵션으로 판매하는 것은 소비자 기만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기아차와 다수의 제보자들에 따르면 기아차 K7(하이브리드 제외) 옵션 중 ‘KRELL 프리미엄 사운드팩’에 포함된 ‘UVO 3.0 내비게이션’은 기본으로 장착되는 내비게이션보다 1세대 전 모델로 성능이 떨어지는 것으로 확인됐다.

‘KRELL 프리미엄 사운드팩’에 포함된 UVO 3.0 내비게이션은 현대모비스가 생산한 4세대 내비게이션으로 1㎓ 싱글코어 CPU와 16㎇의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반면 기본으로 장착되는 내비게이션은 LG전자가 생산한 5세대 모델로 1㎓의 속도를 내는 듀얼코어 CPU가 장착되고, 32㎇ 저장 공간을 제공한다.

즉 기본 내비게이션이 옵션으로 제공되는 UVO 3.0 내비게이션보다 속도는 약 20% 정도 빠르고 용량은 2배 가까이 큰 셈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소비자들의 피해가 우려된다는 주장이 나온다. 카탈로그 상에 내비게이션과 관련한 안내가 따로 표기돼 있지 않은데다 옵션 가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 해당 옵션은 KRELL 오디오를 포함해 115만원의 가격에 제공되고 있다.

K7 ‘KRELL 프리미엄 사운드팩’을 선택한 한 소비자는 “상식적으로 돈을 더 지불하고 선택한 내비게이션이 기본 내비게이션보다 성능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경우는 없다”며 “사전에 별도의 고지만 있었더라도 이런 어처구니없는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근 대덕대학교 자동차학과 교수도 “소비자들이 차량을 구입할 때 기본 스펙에 대해선 자세히 살펴 보지만 옵션을 선택할 때는 기업이 좋은 부분만 부각시키기 때문에 디테일한 스펙은 알기 힘들다”며 “원가절감 문제를 떠나서 달라진 사양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고 성능이 떨어지는 제품을 적용한 것은 명백한 사기행위이며 법적으로도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기아차 측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출시 시기상 5세대를 적용하기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기능적인 면에서도 UVO 내비게이션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는 주장이다.

기아차 관계자는 “유보 옵션 선택 시 한 세대 이전의 내비게이션이 탑재되는 것은 차량의 출시 시기와 관계가 깊다”며 “K7 개발 당시에는 유보가 적용된 내비게이션 중 현대모비스가 생산한 4세대 기기가 가장 최신 제품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하이브리드의 경우 일반 모델 출시 후 10개월 뒤에 나왔기 때문에 5세대가 그대로 적용된 것”이라며 “하이브리드에만 적용돼는 사용환경(UI)등이 있기 때문에 일반 모델과 비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또 “성능만 놓고 봤을 때는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유보가 적용되는 만큼 다운스펙이라고 말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소비자원은 해당 문제와 관련해 조정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기아차 측은 2016년도 이후 생산된 UVO 내비게이션을 적용한 K7 차량 구매 고객을 대상으로 UVO 가입기간을 2년 연장 해주는 방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파이낸셜투데이 이건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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