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번째 ‘갑질근절 캠페인’ 이어가…“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
박창진 사무장 “갑질, 대한항공만의 문제 아니라 사회의 문제”
“대한항공, 조양호 일가 개인소유 아닌 우리 직원들 회사”

21일 오후 12시 대한항공 직원들이 종각 젊음의 거리에 나서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지난 20일 한진 일가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의 구속 영장이 또 기각돼 여론이 들끓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대한항공 직원들은 21일 오후 12시 서울 종각 젊음의 거리 일대에서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을 이어갔다.

대한항공 직원연대가 이날 행한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은 지난 1일 홍대거리와 16일 광화문에 이어 세 번째다.

마이크를 쥔 박창진 사무장은 “어제(20일) 이명희씨는 많은 범죄혐의가 있음에도 구속영장이 또 한 번 기각됐다”며 “이러한 사회를 바꾸기 위해서는 여러분의 힘이 필요하다”고 시민들을 향해 외쳤다.

박 사무장은 “시민 여러분의 서명 하나가 큰 힘이 됩니다”라며 “갑질근절 캠페인에 서명을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갑질은 대한항공만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개인의 문제이면서 사회의 문제다”며 “갑질근절 운동은 개인의 삶을 바꾸고 사회를 바꿀 수 있다. 또 우리 아이들의 미래를 위해서라도 갑질은 근절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벤데타 가면을 쓴 대한항공 기장이 시민들의 목소리가 담긴 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에 참석한 대한항공 직원들은 ‘갑질근절 함께해요’가 쓰인 팻말과 시민들이 의견과 응원의 메시지가 담긴 ‘시민의 목소리’ 팻말을 들고 캠페인을 이어갔다.

또, 서명에 동참해 준 시민들에게 ‘갑질근절’이 쓰인 포스트잇과 스티커, 음료 등을 나눠주기도 했다. 시민들은 이날 종각 젊음의 거리에서 행해진 대한항공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에 지난 16일 광화문 캠페인 보다 더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대한항공 갑질근절 캠페인에 서명을 한 시민 A(29·여)씨는 “최근 대한항공이 좋지 않은 일로 언론이나 인터넷 등에서 많이 거론되고 있다”며 “잘 못된 행동을 하는 조양호 일가가 바로 잡히고, 대한항공이 정상화되길 바라면서 동참했다”고 말했다.

갑질근절 캠페인을 알리기 위해 동료들과 함께 거리에 나선 대한항공 기장 B(남)씨는 “이명희씨 구속영장 기각은 아쉽게 느껴지지만 아직까지 한국 사회는 재벌의 사회적 지위가 막강하기에 전관예우성 혜택으로 사법부의 판단이 흐려진 것 같다”며 “여태 이와 비슷한 사회 현상에 을의 위치에 있던 사람들이 불만과 저항을 드러낸 적이 없었는데, 이번 캠페인으로 많은 곳으로 파장이 있길 바란다”고 전했다.

이어 B씨는 “갑질근절 캠페인에 많은 시민분들과 직장인 분들이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며 “사법부와 국회, 정부에서도 국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여 갑질근절을 위한 장치를 마련해 준다면 근로자들이 조금 더 좋은 환경에서 근무 할 수 있을 거라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대한항공 갑질근절 캠페인이 잘 행해지고 국민적 관심이 쏠려 큰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이지만, 대한항공 직원들은 아직까지 걱정을 떨치지 못 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대한항공 내 일명 ‘사축’이라 불리는 집단이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일가의 퇴진 요구 집회나 갑질근절 캠페인에 동참하는 대한항공 직원들을 색출해 징계를 내리거나 관리대상으로 낙인찍는다는 이야기가 언급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대한항공 승무원 제복을 입은 C(여)씨는 “우리가 처음부터 계속 가면을 쓰고 집회나 캠페인에 참석하고 있는 이유는 얼굴을 드러내 신분이 노출되면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관리대상이 된다”며 “과거에 실제로 신분을 노출한 채 사측과 대립한 한 분은 징계를 받은 사례가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C씨는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고도 집회를 꾸준히 계획하고 참석하는 것은 대한항공은 조양호 일가의 회사가 아니라 우리 직원들의 회사이기 때문”이라며 “우리의 최종 목표는 불법과 비리, 직원들에게 온갖 욕설을 일삼는 조양호 일가의 퇴진과 그들을 위해 일한 사축까지 몰아내 성숙하고 깨끗한 회사를 만드는 것이다”고 호소했다.

대한항공 직원연대는 이후 시울시내에서 게릴라 캠페인을 꾸준히 계획 중에 있으며, 지방에서는 대한항공 직원들이 1인 캠페인을 이어갈 예정이다.

종각 젊음의 거리를 지나는 시민들이 ‘대한항공 갑질근절 게릴라 캠페인’에 동참하고 있다. 사진=제갈민 기자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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