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급여’는 연환산, ‘임원보수’는 원래대로
성과급 포함된 1분기 급여로 환산하면 실제보다 높아져
사측 “문제없다”지만 회사 이미지 제고 효과
업계 4위 대웅제약, 정말 몰랐을까?

대웅제약의 지난해 1분기 분기보고서(위)와 사업보고서(아래). 사진=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갈무리

대웅제약이 정기공시 ‘직원급여’ 부분을 작성하면서 ‘부풀리기’를 했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분기·반기보고서에서 해당 부분만 연환산한 금액으로 작성하면서 직원연봉이 상대적으로 높아지는 착시효과를 일으키고 있다는 것.

사업보고서는 투자자가 기업을 파악하고 투자판단을 하는데 기초가 되는 공시서류다. 대상 기업들은 1년 기준 사업보고서 1회, 분기보고서 1회, 반기보고서 2회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에 제출해야 한다. 일반 투자자들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보고서를 열람하고 중요한 투자판단자료로 사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기업공시국에 따르면 분기보고서는 그 분기에 대한 내용만 작성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반기보고서는 매년 1월 1일부터 반기까지 발생한 사항만 기재하고, 3/4 분기보고서는 3분기까지 내용만을 담는다.

그러나 대웅제약은 직원급여를 연환산해 계산했다. 쉽게 말해 1분기(1~3월) 직원들에게 지급한 3개월치 급여에 4를 곱한 금액을 공시했다는 얘기다.

지난해 5월 15일 공시된 대웅제약의 2017년 1/4분기보고서에 명시된 직원들의 연간급여총액은 925억9600만원, 1인평균급여액은 6200만원이다. 대웅제약은 현황 아래 부분에 ‘연간급여총액, 1인평균급여액은 연환산한 금액입니다’라는 주석을 달았다.

해당 주석을 토대로 대웅제약 직원들에게는 1~3월 총 231억49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됐으며, 1인평균 1550만원을 받았다는 계산이 나온다. 월급여로 환산하면 약 517만원정도다.

같은해 8월 14일 공시된 2017년 반기보고서 상 연간급여 총액은 893억7400만원, 평균급여는 6200만원이다. 해당 공시에도 ‘연간급여총액, 1인평균급여액은 연환산한 금액입니다’라는 주석이 달렸다. 이를 토대로 계산하면 대웅제약 직원들에게는 1~6월 총 446억8700만원의 급여가 지급됐으며, 1인평균 3100만원이 지급됐다. 환산한 월급여는 517만원으로 동일하다.

11월 14일 공시된 1/3분기보고서 상 보고서상 연간급여 총액은 842억6100만원, 1인평균급여액 5600만원으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연환산했다’는 주석이 사라졌다. 대웅제약 직원들은 9월까지 매월 평균 622만원을 타갔다는 얘기가 된다. 반대로 연환산하면 연봉은 7464만원상당이다.

여기까지가 대웅제약의 눈속임이다.

지난 4월 공개된 사업보고서를 보면 대웅제약 직원들의 연간급여총액은 834억8400만원, 평균연봉 5706만원, 월급여로 환산시 476만원 정도다. 1분기 대비 연간급여총액은 91억원, 평균연봉은 500만원, 월급여는 41만원 줄었다.

사업보고서 상 수치가 줄어든 것은 통상 1분기 급여에는 작년 성과급이 포함돼 실제 급여보다 많은 것처럼 비춰지기 때문이다. 1분기 급여를 기준으로 연환산하면 실제 연봉보다 높은 금액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대웅제약의 눈속임은 2012년부터 매년 이어져 왔다. 가장 최근에 나온 2018년 1/4분기 보고서에서도 ‘연환산’이라는 단어가 등장한다.

이 같은 작성방식은 일반적이지 않다. 업계 경쟁사인 유한양행, 녹십자, 종근당, 한미약품, 동아에스티, LG화학, JW중외제약, 일동제약, 보령제약, 한독 등은 정확히 1~3월 지급된 직원급여만을 작성하고 있다.

2017년 매출 기준 제약업계 4위에 올라있는 대웅제약이 이 같은 착시효과를 몰랐을까? 그렇다고 하기에는 이상한 부분이 또 있다. 바로 임원 보수 작성 방식이다.

대웅제약은 2017년 1/4분기보고서 ‘임원의 보수 등’ 항목은 연환산하지 않았다. 대웅제약 등기이사 4인과 사외이사 3인, 감사 1인 등 임원 8인은 1~3월 평균 4200만원을 수령했다.

의도 여부를 떠나 대웅제약이 직원급여는 연환산해 작성하고, 임원 보수는 연환산하지 않으면서 얻은 효과는 회사의 이미지 제고다.

직원들의 평균 연봉이 실제보다 높아보이도록 하는 착시효과는 임원 보수와의 차이를 최소화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사업보고서가 나오기 전까지는 분기·반기보고서만 확인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투자자들에게 건실한 회사라는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와 관련 대웅제약 관계자는 “직원 급여 관련 내용 표 아래에 각주로 설명을 덧붙여 둬 문제가 없다”며 “금융감독원 측에서도 아무 말이 없었다”고 주장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제갈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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