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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시에 나타난 국제유가 상승세와 달러 강세가 세계 각국, 그중에서도 통화 취약국들에 이중고로 작용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국 달러 기준으로 ICE 선물거래소 브렌트유 선물 가격은 올해 들어 18일 오전(한국시간)까지 9% 이상, 뉴욕상업거래소(NYMEX)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 선물은 6% 이상 각각 상승했다.

이는 달러화 기준으로 한 상승률로서 달러 대비 다른 통화가 약세를 보인 만큼 각국 통화를 기준으로 하면 유가 상승률은 더 높아진다.

브라질 헤알화 기준으로 브렌트유와 WTI 선물은 올해 들어 각각 23%, 20%가량 상승한 상태다. 달러 대비 헤알화 환율이 올해 12% 이상 상승했기 때문이다.

17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유가 상승이 미국인들에게는 자동차 휘발유 가격과 항공권 가격 상승 정도를 의미하겠지만, 다른 나라에서는 트럭기사 시위 촉발, 물가 급등, 시장 안정화를 위한 정부의 긴급 보조금 등 더 큰 고통을 뜻한다고 지적했다.

브라질에서는 트럭 운전기사들이 지난달 말부터 열흘간 파업을 벌여 물류대란이 벌어지자 정부가 사실상의 경유 보조금 지급에 나섰고, 중국에서도 트럭 기사들의 파업이 벌어졌다.

인도네시아에서는 유가가 대선 이슈로 떠오르자 조코 위도도(조코위) 대통령이 표심을 잡으려 정부 보조를 받는 기름·전기 요금을 내년엔 올리지 않기로 약속했다.

영국에서도 왕립자동차협회(RAC)는 지난달 영국 휘발유 가격 상승 폭이 사상 최대였다면서 파운드 약세와 유가 상승을 ‘독성 조합’(Toxic Combination)으로 지칭했다.

WSJ는 유가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 감소로 각국 경제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고 중앙은행의 금리 인상을 촉진하는 등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스위스 투자은행 UBS는 앞서 내놓은 보고서에서 브렌트유가 배럴당 75달러 정도인 현재의 국제유가 수준에서는 50달러대였던 지난해 하반기와 비교해 세계 물가상승률이 0.5%포인트 가량 올라갈 수 있다고 분석했다.

또 미국, 캐나다처럼 대규모로 원유를 생산하는 국가에서는 경제성장률이 0.3%포인트 가량 올라갈 수 있지만 중국, 유로존 등 원유수입국은 성장률이 0.1%포인트 떨어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UBS는 유가가 세계 경제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수준은 배럴당 50∼70달러라면서 100달러 시대에는 세계 경제에 타격을 안기고 미국도 경기 후퇴에 직면할 수 있다고도 경고했다.

파이낸셜투데이 김동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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