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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코스피 3000’ 시대를 맞게 될 것으로 한동안 장밋빛 전망을 제시하던 증권사들이 최근 눈높이를 줄줄이 낮춰 잡고 있다.

미국의 금리 인상, 미중 무역갈등, 신흥국 위기 등 대외 악재가 잇따라 발생한 영향이 크지만, 증시 전문가들은 시장이 올해 2분기 실적을 확인한 뒤 다시 최고치 도전에 나설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올해 코스피 예상 등락범위(밴드)를 2400~3200으로 한동안 제시하던 케이프투자증권은 최근 하반기 증시 전망에서 밴드 상단을 2930으로 하향 조정했다.

삼성증권도 2400∼3100인 올해 코스피 예상 밴드를 조만간 재조정해 상단을 3000 이하로 낮출 방침이다.

키움증권은 올해 코스피 전망 최고치를 2919로 제시하면서 여건만 갖춰지면 3000선도 넘을 수 있다고 예상한 바 있지만, 최근에는 목표치를 2887로 내렸고, 대신증권도 이미 앞서 4월 2500∼3000이던 전망치를 2350∼2750으로 내려 잡았다.

이밖에 NH투자증권(2850→2750), 메리츠종금증권(2900→2800), 하나금융투자(2900→2850, 하이투자증권(2830→2750) 등도 코스피 밴드 상단을 하향 조정했다.

주요 증권사 중 코스피 밴드 상단을 바꾸지 않은 곳은 신한금융투자뿐이다. 애초 올해 코스피 등락범위를 2250∼2800으로 예상했던 신한금융투자는 올해 하반기 밴드를 2350∼2800으로 제시, 오히려 하단을 올려잡았다.

연초 증권사들은 대부분 올해 증시가 상반기는 우호적이고 하반기에는 불안한 ‘상고하저’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지만 이런 예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코스피는 2월 이후 2400∼2500에서 등락하는 박스권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 선진국 중앙은행이 돈줄을 조이고 있는 데다 보호무역주의 확산, 신흥국 위기 등 악재가 이어지면서 전 세계 증시에 찬물을 끼얹고 있기 때문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의 이익 전망은 괜찮은데 대외 변수와 관련한 불확실성이 심해 추세 상승에 대한 신뢰가 약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윤영교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위원도 “증시의 펀더멘털(기초여건) 방향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으나 미국의 금리 인상 가속화와 미중 통상마찰 등 외적 문제가 많았다”고 설명했다.

코스피 상장사의 이익 기대치가 낮아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박형중 대신증권 마켓전략실장은 “전반적인 경기 여건이 둔화하고 기업 이익 증가세도 약화할 가능성이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무역분쟁과 미국 금리 인상 등 이슈로 위험자산에 대한 선호심리도 약해져 하반기 증시 상승여력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유승민 삼성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기업 이익 증가세가 이어진다는 전망은 그대로이지만 산업별 불균형으로 이익 전망치가 다소 후퇴해 코스피 밴드를 하향 조정했다”며 “반도체는 40%대의 탄탄한 수출 증가율을 보이고 있으나 자동차 등 나머지 주요 수출 품목은 여전히 어렵고 조선이나 중화학 공업은 회복세가 예상에 못 미친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하반기 증시를 비관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다는 게 증시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판단으로 우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당장은 신흥국 자금 이탈 우려를 낳고 있지만 글로벌 경기 호조세를 확인해준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여기에 한반도의 지정학적 위험이 낮아진 점을 고려하면 기업 이익 증가가 수치로 확인되는 2분기 실적 발표 시즌부터 지수가 다시 상승 탄력을 되찾을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예상이다.

윤영교 연구위원은 “미국 기준금리 인상은 경기가 그만큼 좋다는 얘기”라며 “금리 인상 가속화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에 나쁜 영향을 줄 수는 있지만 금리 이슈와 관련한 시장 노이즈는 오히려 해소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2분기 실적이 발표되는 7월 중하순부터 코스피가 다시 오름세로 돌아서 3분기 말∼4분기 초에 연중 고점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홍춘욱 팀장도 “연준은 하반기에 금리를 두 차례 더 올려도 문제가 없을 정도로 경기 전망이 밝다고 본 것”이라며 “미국의 금리 인상과 그에 따른 달러화 강세는 한국 수출의 강한 선행변수이기도 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이익을 고려하면 한국 주식은 여전히 싸다”면서 “코스피는 6월 말을 전후로 바닥을 찍고 7월 들어 2분기 실적이 발표되기 시작하면 다시 올라 연말이 가까워질수록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승민 팀장도 “코스피는 3분기 말∼4분기 초에 전고점에 다시 도전할 것으로 본다”며 “북한 관련 이슈도 북미정상회담 이후 합의 수준을 높여간다면 지수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물론 부정적인 시각도 존재한다.

박형중 실장은 “선진국의 통화 긴축 속도가 생각보다 강해 신흥국 증시 전반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본다”며 “달러화 강세와 중국 경기의 둔화, 무역분쟁 이슈 등으로 하반기 증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주식 등 위험자산 비중을 늘리기에는 내년까지 낙관할 만한 요소가 많지 않다”면서 “7월 말∼8월을 전후로 지수가 오르면 주식을 정리하고 안전자산 쪽으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조언했다.

파이낸셜투데이 조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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