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이린에겐 말하지 마(Don’t Talk To Irene)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아이린에겐 말하지 마(Don’t Talk To Irene)
  • 김영권 기자
  • 승인 2018.06.15 11:2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성의 시각으로 삶의 다양한 측면을 다룬 영화를 상영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20주년을 맞이했다.

5월 31일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막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6월 7일 성황리에 폐막식을 진행했다. 국제장편경쟁 부문 등을 신설해 국제영화제의 면모를 완성했고, 다채로운 이벤트로 축제의 열기를 더했다. 상영관은 6개로 늘어났고 폭발적인 관람 인기에 힘입어 매진율은 지난해 대비 150% 증가했다.

극장에서 쉽게 볼 수 없는 동시대 여성의 문제를 다룬 147편의 영화가 상영돼, 여성주의 시각 확산과 여성단체와 관객 사이의 이해, 화합 모색의 역할을 톡톡히 했다.

김선아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함께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그 기회가 바로 영화제라 생각을 하고,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성평등 이슈를 제기하고 사회의 갈등지수를 낮추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사진=서울국제여성영화제

영화 '아이린에겐 말하지 마(Don’t Talk To Irene)'

“네 나이엔 테일러 스위프트지!”

영화 ‘델마와 루이스’의 주인공이자, 아이린의 영웅으로 등장하는 지나 데이비스의 말이다. 고등학교에서 가장 몸집이 큰 아이린은 자신의 방에 ‘지나 데이비스’의 사진을 붙여놓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그녀의 목소리와 대화한다. 치어리더가 꿈인 아이린은 뚱뚱한 사람은 치어리더가 될 수 없다는 편견과 따가운 시선에 상처를 받지만, 지나 데이비스로부터 위안을 얻으며 결코 기죽거나 꿈을 단념하지 않는다.

학창시절 치어리더로 활동하다 예기치 못하게 아이린을 낳은 아이린의 어머니는, 자신의 딸이 뚱뚱하다고 상처받을까 휴대전화도, 인터넷도 쓰지 못하게 하며 세상과 단절시키려 한다. 사실 어머니는 아이린에게 ‘너 같은 아이는 치어리더에 어울리지 않아’라거나, ‘다른 클럽 활동을 해보는 건 어때? 체스 라던지…’라며 아이를 세상으로부터 차단하는 방식으로 지키려 한다. 그러나 오히려 이것이 아이에게 폭력이라는 것을 그녀는 알지 못한다.

그러던 아이린은 학교에서 정학을 맞으며 2주간 학교 옆 실버타운에서 봉사 활동을 하게 된다. 치어리더의 꿈을 키우던 아이린은 실버타운에 입주해있는 어르신들과 함께 TV 오디션 쇼에 참가신청을 한다. 그렇게 아이린과 실버타운 어르신들은 치어리더의 편견을 깨며 날씬하고 육체적으로 완벽한 사람만이 치어리더가 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뻔한 성장 이야기로 느껴질 수 있으나, 팻 밀스 감독의 물 흐르듯 자연스러운 입담과 유머를 통해 결코 시시하지 않은 서사를 감상할 수 있다. 사실 아이린은 여성을 억압하는 사회적 편견을 깨려는 투사라기보다, 자신의 욕망에 집중하는 본능적인 캐릭터다. ‘아름다움’에 맞춰진 외적 기준을 가볍게 무시하는 아이린을 통해 오히려 관객과 주변 인물이 성장하는 영화라 봐도 무방할 것이다.

성장한 아이린을 떠나며 지나 데이비스는 이렇게 말한다. “고마워, 테일러 스위프트가 아니라 날 택해줘서”

파이낸셜투데이 김영권 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